제1도련선에 미사일·탄약 사전 배치…中 태평양 진출 차단
본토 증원 기다리던 기존 전략 탈피…초기 전투능력 강화
장거리 미사일·드론·전자전 총동원…4대 전투 원칙 제시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전쟁부) 청사 펜타곤. ⓒ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인도·태평양의 핵심 방어선인 제1도련선(島鏈線)에 군사 자원을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맞서 서태평양 지역에 미사일과 탄약, 연료 등 군수물자를 미리 배치해 유사시 전쟁 첫날부터 즉각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 본토에서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보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의 턱밑에 전투력을 확보해 전쟁 초기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의 움직임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포석이다.
미 군사전문매체 USNI·디펜스 뉴스 등에 따르면 미 육군은 지난 7일 46쪽짜리 새로운 전투지침인 ‘육군전투법’(How the Army Fights)을 공개했다. 새 지침은 중국군이 장거리 미사일과 촘촘한 방공망 등을 동원해 미군의 서태평양 접근을 차단하거나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미 본토의 증원군에 의존하지 않고 전쟁 초기부터 현지 부대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투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새 지침은 전쟁이 터진 뒤 병력을 보내는 군대에서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싸울 수 있는 군대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해석된다.
이 지침의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는 ‘제1도련선’의 방어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제1도련선은 일본 열도에서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가상의 해상 방어선이다. 중국군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할 때 통과해야 하는 주요 길목으로 미·중 군사패권 경쟁의 핵심 요충지로 꼽힌다.
USUI뉴스는 “이번 지침은 미 육군이 제1도련선에서 장기간 전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미사일과 탄약을 비축하고 지휘·통신 시설을 강화하는 계획을 마련했다”는 보도했다. 이를 위해 기존 전쟁 대비 물자 비축체계를 개편한 ‘육군 전력투사 장비’(TAP2E) 개념을 도입했다. 쉽게 말해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필요한 무기와 물자를 현지에 충분히 갖춰놓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괌 등이 포함된 제2도련선에는 연료와 탄약을 보관하는 거점을 구축하고, 무인 선박과 드론 등을 활용해 전방 부대에 물자를 공급할 방침이다. 중국군의 공격으로 항만과 보급로가 차단되더라도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새 지침은 전투방식도 크게 바꿨다. 디펜스뉴스는 “미 육군이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규모 부대로 반군을 소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대규모 부대가 지상과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공간을 아우르는 전투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전투 수행을 위해서는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적의 지휘·통신망과 레이더를 교란해 눈과 귀를 가리고,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으로 주요 시설을 공격한 뒤 지상군이 진격해 목표 지역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적의 반격을 견디면서 병력과 군수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을 결합했다.
미 육군은 이런 작전을 수행할 다영역특임부대(MDTF)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일 콜로라도주 포트카슨에서 약 2100명 규모의 제4 다영역특임부대를 창설했다. 이 부대는 장거리 미사일과 전자전 장비 등을 활용해 중국군의 미군 접근 차단 능력을 무력화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 자료: 요엘 사노 피치솔류션 글로벌정치리스크 본부장 트위터
이번 지침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한·미가 ‘동맹 현대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군의 입장은 본토의 대규모 전력이 태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현지에 주둔한 미군이 초기 전투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데, 일본 다음으로 많은 미군이 배치된 한반도의 군사 자산 변화도 우선적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중국·러시아에 대한 감지 능력 확보를 강조하며 미 육군의 차세대 핵심 병력인 다영역특임부대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화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로널드 클라크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이 올해 초 미 본토에서 장거리 정밀 무기, 한국에서 탄약을 수송해 필리핀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을 억제하려면 인·태 지역에서 군사 역량을 더 적극적으로 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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