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전에 한계를 없앴다"…LG디스플레이, 22년 OLED가 만든 FLiPP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10.11 10:00  수정 2026.10.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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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원장 분할 없이 통째 사용, 세계 최초이자 유일 공정

FMM 걷어내고 포토 공정으로 화소 구현, 개구율 55% 향상

기존 WOLED 생산 인프라와 노하우 그대로 활용

TV용과 스마트폰용 양산 경험이 만든 기술 격차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열린 'FLiPP 테크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온라인 세미나 캡처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 'FLiPP(플립)'에 기존 화이트 OLED(WOLED) 생산 인프라를 활용한다. 파인메탈마스크(FMM)를 쓰지 않아 8세대 유리 원장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쓸 수 있고, 설비는 2013년 대형 OLED 양산 이후 축적한 기반을 최대한 가져다 쓴다. 노트북·태블릿용 OLED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일 온라인 테크세미나를 열고 FLiPP의 공정 구조와 설비 활용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8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에서 기술을 처음 선보인 지 두 달 만이다.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사말에서 "기술 혁신이라고 하면 흔히 무언가를 더하는 것을 생각한다"며 "FLiPP은 무언가를 더하기 전에 OLED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던 기술적 한계를 없애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FMM은 미세한 구멍이 뚫린 얇은 금속판이다. 기판에 밀착시킨 뒤 적·녹·청(RGB) 유기물을 구멍에 맞춰 차례로 증착해 화소를 만든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OLED를 만드는 표준 공정이지만 금속이라는 속성에서 오는 제약이 따라붙는다. 면적이 커질수록 중력 때문에 가운데가 처지고 구멍의 미세한 오차가 색 번짐으로 이어진다. 화면을 키우려 할수록 불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FLiPP은 이 금속판을 아예 쓰지 않는다. 기판 전체에 유기물을 증착한 뒤 남길 부분에 봉지 공정으로 보호막을 씌우고 자외선으로 나머지를 제거한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을 OLED에 가져온 방식으로, 이 과정을 적·녹·청 세 차례 반복해 화소 하나를 완성한다.


금속판이 차지하던 공간이 사라지자 성능 여유가 생겼다. 디스플레이 전체 면적에서 화소가 차지하는 비율인 개구율이 42%에서 65%로 약 55% 높아졌다. 늘어난 개구율은 휘도와 수명, 소비전력 가운데 한 방향으로 쓰인다.


휘도는 1.6배, 수명은 2.4배 늘리거나 소비전력을 13% 줄일 수 있다. 셋을 동시에 얻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제품 성격에 맞춰 하나를 고르는 구조다. 최 CTO는 "향상된 개구율을 휘도로 쓰려는 고객이 있고 수명 측면에서 활용하려는 고객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성에서 갈리는 지점은 유리 원장이다. FMM 방식은 마스크 중앙부 처짐을 피하기 위해 원장을 반으로 자르는 하프컷 공정이 필수다. 8세대 설비에 투자한 업체들도 같은 제약을 받는다. FLiPP은 자를 이유가 없어 원장을 통째로 쓴다.


23.5인치 패널 생산을 가정하면 면취효율이 약 75%에서 93% 이상으로 올라가 생산성이 24% 높아지고, 증착 효율도 약 40%에서 74%로 1.9배 개선된다. 증착 방식도 원장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연속 이동하는 인라인으로 바뀌어 증착 공정 시간이 약 40% 줄어든다.


크기 제약이 사라진 점도 FLiPP의 강점으로 꼽힌다. FMM 방식이 1인치부터 27인치까지 대응했다면 FLiPP은 이론상 1인치 웨어러블부터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까지 하나의 원장에서 만들 수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용 패널에도 접목이 가능하다.


이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조건으로 회사가 든 것은 TV용과 스마트폰용 OLED를 모두 양산해 본 경험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에서 화소별로 가리지 않고 전면 증착하는 오픈메탈마스크(OMM) 방식을, 스마트폰용 패널에서 FMM 방식을 각각 양산해 왔다.


조흥렬 LG디스플레이 차세대디스플레이담당 상무는 "이 기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했던 TV와 스마트폰 두 진영을 다 한 회사만이 잘할 수 있다"며 "왼손의 기술과 오른손의 기술,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FLiPP의 노하우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FMM을 쓰지 않는 공정은 LG디스플레이만 시도한 것이 아니다. 일본 JDI는 eLEAP, 중국 비전옥스는 ViP라는 이름으로 같은 개념의 기술을 내놨다. 조 상무는 개념은 비슷하지만 재료와 소자, 구조에서 차이가 크다며 8세대 원장으로 구현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기술 축적 연혁. ⓒLG디스플레이

최 CTO도 FLiPP을 축적의 결과물로 규정했다. 그는 "당사는 대형 OLED 연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2년 동안 기술과 노하우를 꾸준히 쌓아왔다"며 "OLED를 누구보다 깊이 연구하고 이해해 온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방식의 전제 자체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기술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신인 LG.필립스LCD가 LG전자와 당시 세계 최대인 20.1인치 저온폴리 AMOLED를 개발했고 2010년에는 15인치 OLED를 RGB와 백색 화소를 더한 WRGB 두 방식으로 만들어 비교했다.


대형화에 유리한 WRGB를 택했고 3년 뒤 세계 최초 55인치 OLED TV 패널 양산으로 이어졌다. 이후 OLED EX와 META Technology, 프라이머리 RGB 탠덤으로 소자와 광학, 구조 기술을 고도화했다. 대형 OLED에서 RGB를 접고 WRGB를 택한 2010년의 결정이 16년 뒤 8세대 원장 RGB OLED로 돌아온 셈이다.


FLiPP은 2025년 7월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 1년 남짓 지났다. 김응용 LG디스플레이 연구위원은 가로 2200㎜, 세로 2500㎜인 8.5세대 유리의 중앙부터 가장자리까지 공정을 고르게 반영하는 균일성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WOLED 양산 라인에서 확보한 증착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해 개발 기간을 줄였고, 향후 성능과 수율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용은 노트북과 모니터 등 정보기술(IT) 제품군부터다. 설비는 보유 중인 액정표시장치(LCD)·WOLED 라인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대로 쓰는 설비와 개조하는 설비, 새로 사야 하는 설비로 나눠 복합적으로 쓸 방침이다. 8.6세대 신규 투자와 비교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판단이다.


다만 양산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 CTO는 FLiPP이 기술 개발과 제품 개발, 양산으로 이어지는 단계 가운데 첫 단계에 있다며 양산 적용 시기를 결정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양산에 들어가려면 고객사가 먼저 정해져야 하고 시점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스마트폰은 당분간 FMM 방식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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