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자 화합물 기반 2개 신약 후보물질 확보
저분자 넘어 mRNA 신약까지…개방형 R&D
에스티팜 반월 전경 ⓒ에스티팜
동아쏘시오그룹 계열 에스티팜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이 자체 '신약 개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분자 원료의약품(API) 분야에서 공동 연구 등 외부 협력으로 발굴한 파이프라인을 넘겨받아 임상 시험 단계까지 끌어올리면서다.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개발(R&D) 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리보핵산(RNA) 영역까지 신약 파이프라인이 확대될 수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최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1형(HIV-1) 신약 후보물질 'STP0404'의 임상 2a상 결과보고서(CSR)를 수령했다. 에스티팜은 확보한 임상 데이터를 검토해 자체 상업화와 기술수출(L/O) 등 STP0404의 후속 전략을 결정할 방침이다.
HIV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 정보인 것처럼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증식한다. 감염된 세포가 활동할 때마다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도 함께 복제되는 방식이다. 이때 바이러스 유전자를 사람 DNA에 끼워 넣는 역할을 하는 효소가 '인테그라제'다.
항체 등 고분자 화합물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 효소의 작동을 막기 어렵다. HIV 치료제에 있어 미세한 크기로 세포 안에 침투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이 각광 받는 이유다. STP0404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안으로 들어가 인테그라제의 작동을 막는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비활성 부위'에 결합돼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스티팜이 STP0404를 발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저분자 API 합성 역량이 있다. 에스티팜은 지난 40년 동안 다국적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신약 원료를 만들어 왔다. 글로벌 빅파마 길리어드가 만드는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의 핵심 원료를 만드는 세계 3대 공급사 중 하나기도 하다.
이 같은 역량을 토대로 한국화학연구원과 2년 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STP0404의 성분인 '피르미테그라비르'를 발굴했다. 이후 2016년부터 피르미테그라비르의 특허 지분과 연구 결과를 넘겨받아 독자 개발에 나섰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약 18억5000만원(139만달러)의 지원도 받았다. 항바이러스 API를 오래 다루며 쌓은 경험이 신약 개발의 첫 발로 이어진 셈이다.
에스티팜의 또 다른 신약 파이프라인인 대장암 치료제 'STP1002'도 같은 맥락이다. 대장암이 빠르게 전이되는 건 암세포 안에 있는 세포 증식 억제 단백질 'AXIN'가 일하지 않아서다. STP1002의 성분인 '바스로파립'은 AXIN을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효소인 탄키라제를 억제한다. 바스로파립 역시 피르미테그라비르와 마찬가지로 저분자 화합물이기 때문에 세포 안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STP1002도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 연구로 발굴하고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후 정부의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과제로 선정돼 전임상 실험 지원을 받았다. 본격적인 성과는 2024년 나왔다. 2024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미국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당시 탄키라제 저해제로는 전 세계 최초로 사람 대상 임상 시험을 마치며 관심을 받았다.
에스티팜은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생기면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강할 계획이다. 실제로 에스티팜은 지금도 다양한 산업·학계·연구기관(산학연)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개방형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시로 차백신연구소와 RNA 기반 면역 치료제 공동 개발 협약을 맺고 mRNA 신약 후보 물질 도출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다만 신약 개발을 핵심 과제로 두지는 않는다. 최근 에스티팜은 올리고 등 RNA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API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5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안산 반월캠퍼스 제2올리고동을 준공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올리고 원료 생산능력(CAPA)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주력 모델은 CDMO 사업이지만 STP0404와 같이 잘할 수 있는 특화된 범위에 대해서는 신약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며 "올리고 등 RNA 분야에서도 기회가 닿으면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약 파이프라인들의 후속 개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