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 올 뉴 투싼 시승기
차체 키우고 중형 SUV급 공간 확보…어엿한 패밀리카로
외모는 우락부락한 오프로더…성격은 도심형 SUV
그랜저·아반떼 이어 플레오스 커넥트 적용
디 올 뉴 투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SUV를 고를 때 ‘가족이 타려면 중형은 돼야 한다’는 공식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준중형 SUV가 차체와 실내 공간을 꾸준히 키우면서 아이 한 명을 둔 가족이 굳이 더 크고 비싼 차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출퇴근할 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주말에는 가족과 짐까지 넉넉하게 품는 차를 찾는다면 준중형만으로도 충분한 시대다.
신형 투싼은 이런 시장 공식을 깨는 데 앞장선 대표적인 차로 자리매김할 작정이다.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전작보다 몸집을 키우고 우락부락한 디자인, 넓은 실내와 편안한 승차감까지 전부 만족시키겠다는 포부다. 이제 싼타페 대신 투싼을 선택해도 웬만한 패밀리카로는 괜찮은 걸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부터 김포의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약 70km의 코스로, 고속도로부터 수도권 시내까지 두루 달려봤다. 시승모델은 가솔린 2WQ 인스퍼레이션 트림 풀옵션 모델로, 가격은 공식 출시 시점에 공개된다.
디 올 뉴 투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주차장에 세워진 신형 투싼을 처음 봤을 때, 준중형 SUV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두툼하게 솟은 후드와 근육처럼 부풀어 오른 앞뒤 펜더 탓에 옆에 서니 투싼보다 한 체급 위인 싼타페를 마주한 기분에 가까웠다.
신형 투싼을 보면서도 투싼 같지 않다고 느낀 건 확 커진 몸집 때문이다. 보기에만 우락부락한 게 아니라, 실제로 커졌다. 전장은 기존보다 60mm 길어진 4700mm, 전폭은 40mm 넓어진 1905mm다. 전고는 20mm 높아진 1685mm, 앞뒤 바퀴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도 2785mm로 30mm 늘었다. 길이만 6cm 늘어난 셈이지만 눈으로 느껴지는 변화는 그보다 훨씬 크다.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투싼이 날개를 형상화해 부드럽고 세련된 도심형 SUV를 지향했다면, 신형은 정통 SUV의 우직한 맛을 택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도시 청년 같던 차가 몇 년 만에 어깨를 키우고 등산화를 신은 채 돌아온 모습이다. ‘준중형 SUV도 가족차로 충분하다’는 말을 굳이 제원표로 설명하지 않아도, 첫인상만으로 이미 절반쯤 설득당하게 됐다.
디 올 뉴 투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면부에서는 길고 넓게 뻗은 클램쉘 타입 후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후드 양쪽이 근육처럼 불룩하게 솟아 있어 차체가 실제보다 더욱 크고 두툼하게 느껴진다. 평평한 철판을 접어 만든 차라기보다 커다란 쇳덩어리를 통째로 깎아낸 듯한 모습이다.
좌우 끝에 배치한 수직형 ‘H-엣지 라이팅’은 차체를 한층 넓어 보이게 한다. 싼타페의 H 헤드램프가 도전적인 시도였다면, 투싼의 H 라이팅은 대중과 잘 타협해 거부감 없이 변형된 모습이다. 헤드램프와 범퍼를 여러 층으로 복잡하게 나누기보다 강한 선과 큼직한 면으로 얼굴을 완성해 이전보다 훨씬 묵직한 분위기를 낸다.
측면에서는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앞뒤 펜더를 힘껏 부풀리고 그 사이를 베일 듯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으로 연결했다. 특히 뒷바퀴 주변의 볼륨이 깊게 솟아올라와 있는데, 디자인만 보면 수백년 역사를 지닌 오프로더처럼 보일 정도다.
디 올 뉴 투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후면부에는 전면과 통일해 H형 테일램프를 적용했다. 투명한 렌즈 안쪽에 새긴 패턴은 불이 들어오면 빛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아래쪽에는 두툼한 범퍼와 스키드 플레이트를 배치해 강인한 인상을 끝까지 이어간다.
외관이 근육을 한껏 키웠다면 실내는 오히려 힘을 뺐다. 올해 출시된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과 신형 아반떼에서 이어진 미니멀리즘이 투싼에도 그대로 적용되면서다. 화려한 장식이나 복잡한 선을 늘어놓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비우고 널찍하고 정돈된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디 올 뉴 투싼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크래시패드 상단을 낮추고 물리적인 장식을 최소화하면서 앞쪽 시야가 시원하게 열렸다. 실내를 예쁘고 화려하게 꾸미려던 기존 철학은 온 데 간 데 없고, 공간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고, 비워낸 자리는 기술로 채우겠다는 듯한 의도가 엿보인다.
새로운 세대의 투싼을 표현하는 중심에는 단연 17인치 디스플레이가 있다. 신형 투싼에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됐다. 큼직한 16대 9 비율의 화면에서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차량 설정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처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비서 ‘글레오 AI’도 지원한다. 정해진 명령어를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목적지를 찾거나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고, 앞선 대화의 맥락을 기억해 추가 질문에도 답한다.
말하는 사람의 위치까지 구분하는 똑똑함은 운전 중 꽤나 쓸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운전자가 “통풍 시트를 켜줘”라고 말한 뒤 동승자가 “나도 켜줘”라고 하면 동승석의 통풍 시트를 함께 작동시키고, 동승석에서 창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해당 좌석의 창문만 내린다. 각자 원하는 기능을 말로 조작할 수 있어 가족이 함께 타는 차에서 특히 유용할 듯 하다.
모든 기능을 화면 안에 억지로 넣지 않은 점도 반갑다. 공조장치와 미디어, 비상등처럼 자주 쓰는 기능은 디스플레이 아래 물리 버튼으로 남겼다. 최신 디지털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운전 중 손으로 바로 조작할 수 있는 직관성은 놓치지 않았다.
디 올 뉴 투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커진 차체의 혜택은 실내에 앉는 순간 분명하게 느껴진다. 운전석에서는 동승석과의 간격이 넉넉하고 어깨 주변에도 여유가 있다. 시트 포지션 역시 준중형이라기엔 높게 세팅됐는데, 개인적으론 전방 시야가 넓게 열려 여유롭게 느껴졌다. 1열 측면의 델타 글라스를 넓혀 A필러 주변의 사각지대도 줄였다.
2열은 웬만한 3인 가족이 패밀리카로 이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전보다 레그룸은 14mm, 헤드룸은 29mm 늘었다. 성인이 앉아도 무릎과 머리 위에 충분한 공간이 남아 준중형 SUV 뒷좌석에서 흔히 느껴지는 답답함이 크지 않다.
2열 도어가 기존 73도에서 83도까지 열리는 것도 패밀리카다운 변화다. 거의 직각에 가깝게 문이 젖혀져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거나 부피가 큰 짐을 실을 때 허리를 비틀 필요가 없다. 제원표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가족이 매일 사용할수록 만족도가 커질 만한 기능이다.
트렁크 용량도 가솔린 모델 기준 기존 622ℓ에서 645ℓ로 늘었다. 유모차를 눕히고도 주변에 가방이나 생활용품을 놓을 공간이 충분하다. 1~2인 가구에는 차고 넘치고, 아이 한 명을 둔 3인 가족이라면 굳이 더 큰 SUV로 올라갈 필요가 없을 정도다.
디 올 뉴 투싼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작 대비 변화한 운전실력도 구매 전 꼭 경험해봐야할 부분이다. 시승 모델이었던 1.6 터보 가솔린은 최고출력 193마력을 발휘한다. 기존보다 출력이 13마력 높아졌고, 7단 더블클러치 변속기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수치보다 반가운 변화는 움직임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점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커진 차체가 무색할 만큼 가볍게 속도를 붙인다. 신호가 바뀐 뒤 출발하거나 고속도로 본선에 합류할 때도 힘을 내기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운전자가 조금 더 달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면, 변속기가 빠르고 매끄럽게 단수를 바꿔 원하는 속도까지 끌어올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전 더블클러치 변속기에서 느껴질 수 있었던 저속의 울컥거림도 줄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매끄럽게 움직이고, 속도를 높이면 필요한 만큼 힘을 꺼낸다. 운전 재미를 앞세운 날카로운 SUV라기보다 일상에서 누구나 편안하게 다룰 수 있도록 완벽하게 세팅된 일상형 SUV에 가깝다.
굽은 길에서도 커진 덩치에 비해 움직임이 둔하지 않다. 운전대를 돌린 만큼 앞머리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고, 코너를 돌아 나갈 때 차체가 한쪽으로 과하게 기울지도 않는다. 기존보다 비틀림 강성을 20.7%, 굽힘 강성을 34.5% 높인 차체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승차감은 패밀리 SUV라는 성격에 더욱 가까워졌다. 잔잔한 요철은 부드럽게 걸러내고, 과속방지턱을 넘은 뒤에도 차체가 여러 차례 출렁이지 않는다. 뒷좌석으로 전달되는 진동도 크지 않아 아이나 부모님을 태우고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도 부담이 적을 듯 하다.
가솔린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실내도 상당히 조용하다. 앞좌석 측면 차음유리 두께를 기존 4mm에서 5mm로 늘리고 적용 범위도 2열까지 확대한 덕이다. 엔진룸과 차량 바닥의 흡차음재를 보강한 덕에 속도를 높여도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날카롭게 파고들지 않는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은 넓어진 공간과도 잘 어울린다. 차를 세게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보다, 높은 운전석에서 시야를 넓게 확보한 채 여유롭게 목적지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운전자의 일탈보다 가족 전체의 만족도를 생각한다면, 선택할 이유가 충분하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가족이 타려면 중형 SUV가 필요하다'는 공식은 신형 투싼 앞에서는 틀린 말임을 알아차리게 됐다. 싼타페의 자리를 완전히 대신한다고 말하기에는 차급과 구성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소비자가 굳이 싼타페까지 올라가야 할 이유 하나를 지워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타깃
-아이 한 명과 한 차로 오래 버티고 싶은 가족
-준중형 가격으로 중형 체격 원한다면
▲주의할 점
-생긴 건 테토남인데 성격은 에겐남
-커진 몸집만큼 좁아진 주차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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