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와 대형 세단…두 아티스트의 정체성 담은 차량 오브제
자막과 가창의 정교한 하모니…간결함 속에 담아낸 깊은 울림
AI 기술과 실사의 조화…서울 밤거리에 입힌 세련된 감각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서로 다른 두 대의 차가 밤길을 달린다. 출발한 장소도, 차의 생김새도 다르지만 여정 끝에는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기다린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우리만의 이야기’는 이승철의 데뷔 40주년 기념 트리뷰트 듀엣 프로젝트 선공개곡으로, 우즈(WOODZ)가 이승철을 향한 존경을 담아 만든 곡을 두 사람이 함께 불렀다. 곡의 뮤직비디오는 각자의 길을 달려온 가수들이 만나 화음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우리만의 이야기’ 뮤직비디오
줄거리
영상은 우즈가 오래된 오픈카에 시동을 거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고요한 도로를 달리고 다른 공간에서는 이승철이 차를 타고 도심을 지난다. 이승철의 차는 우즈의 것보다 차체가 크고 지붕이 닫혀 있다. 서로 다른 풍경에서 출발한 두 사람의 주행 장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면에는 가사가 자막으로 나타난다.
어두운 밤거리를 달리던 두 사람의 여정은 도심에서 만난다. 이들은 밤늦은 공원에 차를 세우고 서로를 마주한다. 각자의 차 안에 있던 두 가수가 비로소 같은 공간에 선다.
곡 후반부, 두 사람은 눈을 맞추며 화음을 쌓는다. 이어 야경을 바라보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어깨를 걸친 채 함께 걷는다. 말없이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영상은 끝난다.
ⓒ‘우리만의 이야기’ 뮤직비디오
해석
‘우리만의 이야기’에서 차량은 두 사람의 차이를 보여주는 첫 번째 장치다. 우즈의 오픈카는 운전자와 바깥 풍경을 함께 드러내고 이승철의 지붕 닫힌 큰 차는 다른 실루엣을 만든다. 같은 밤을 달리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은 각자의 이미지를 유지한다.
이는 인물에 맞춰 고른 연출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레이 감독은 “우즈에게는 섹시한 느낌을 주고 이승철은 올드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두 가수에게 서로 다른 매력을 부여하면서 한 영상 안에서 어우러지게 하려는 선택이다.
이 차이는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각자의 차로 이동한 끝에 같은 장소에 서는 과정은 서로 다른 음악적 이력을 지닌 가수들의 협업을 떠올리게 한다. 출발점과 스타일이 달라도 한 곡을 함께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영상은 두 사람의 개성을 보여준 뒤 그 차이가 화음으로 어울리는 순간에 도착한다.
화면에 놓인 가사도 이 여정을 이끈다. 레이 감독은 자막을 넣은 이유에 대해 “가사 자체가 뮤직비디오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고 답했다. 장면을 복잡하게 구성하기보다 간결한 화면 안에 의미를 담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주행과 만남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움직임 위에 노랫말이 놓이면서 관객은 풍경을 보는 동시에 노래가 전하는 이야기를 읽는다. 자막은 가사를 확인하는 기능을 넘어 두 사람의 만남에 의미를 더한다.
이러한 연출은 마지막 가창 장면으로 모인다. 레이 감독은 두 사람의 여정을 두 대의 차로 표현하고 끝에는 가창이 자리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길을 가자는 뜻이 전해지고 듣는 이들에게 불러주는 노래로 느껴지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의 ‘우리’는 두 가수와 청자를 잇는 말로도 읽힌다. 두 사람이 만나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인연을 담으면서 이를 듣는 사람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우리만의 이야기’ 뮤직비디오
총평
‘우리만의 이야기’는 극적인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는 크지 않지만 그만큼 시선은 두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어떤 목소리로 어우러지는지에 머문다. 마지막 가창이 영상의 절정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밤의 서울은 두 사람의 만남을 감싸는 배경이다.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멀리서 담은 일부 장면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했는데, 실사 촬영과 기술을 결합한 화면은 익숙한 서울의 야경에 세련된 감각을 더하며 두 사람의 여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음악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간다. ‘우리만의 이야기’는 클래식 록과 현대적인 팝 록의 질감을 아우르는 얼터너티브 록 곡으로, 후반부에는 스트링과 두 사람의 보컬이 어우러진다. 각자의 차를 따라가던 화면이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목소리가 화음을 이루면서 시각과 청각의 흐름이 겹쳐진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이승철과 그의 뒤를 잇는 우즈, 이번 뮤직비디오는 음악이라는 길 위에 서 있는 두 아티스트의 현재 진행형 여정을 그린다. 우즈가 오픈카의 시동을 거는 첫 장면에서 시작해 두 사람이 어깨동무를 한 채 함께 걷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속도로 달려온 이들이 같은 야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 두 사람의 걸음은 비로소 ‘우리만의 이야기’가 된다.
한줄평
각자의 길에서 만난 우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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