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한 트랙 위 '나의 우상' [쇼트 시네마(17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27 11:23  수정 2026.09.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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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감독

왓챠서 서비스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우상(이의섭 분)은 육상부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설상가상 마지막 대회 출전 명단에서도 제외된다. 앞선 경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탓이다. 마지막 대회인 만큼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도 없어 빈틈을 노릴 수도 없다.


수능까지 남은 시간은 100여 일. 이제 와서 공부를 시작하기도, 그렇다고 육상을 계속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놓인다. 후배들과 선생님은 갈 곳을 잃은 우상을 걱정한다.


ⓒ'나의 우상' 스틸

선생님은 폐부를 앞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 가장이 된 우상에게 다른 진로를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육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우상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고 마지막 기회를 준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기록을 단축하면 대회에 출전시켜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 그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후배 재민(김빛 분)이다. 재민은 “선배는 나의 우상”이라며 마음을 전하고, 입맞춤으로 응원을 대신한다. 자신을 믿어주는 재민에게 힘을 얻은 우상은 다시 트랙 위에 선다. 어디로 향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에도 재민은 그의 곁에서 함께 달린다.


영화는 육상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우상의 상황과 그를 좋아하는 재민의 마음을 나란히 따라간다. 아버지를 잃은 데다 육상부 해체까지 앞둔 우상에게 현실은 버겁기만 하다.


그런 우상의 옆자리 재민은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연습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힘을 보탠다. “선배는 나의 우상”이라는주인공의 이름인 ‘우상’을 활용한 대사도 두 사람의 관계를 귀엽게 보여준다.


입맞춤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도 영화는 둘의 관계를 크게 극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재민의 마음이 우상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우상에게 자신을 좋아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달려볼 힘이 된다. 진로와 가족에 대한 고민 사이에 첫사랑의 설렘을 가볍게 얹으며, 막막한 시기를 함께 통과하는 두 소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겼다. 러닝타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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