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익부터 22% 분리과세
손실·해외거래 등 쟁점 여전
정치권선 유예·폐지론 재점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100일도 남지 않았지만 취득가액 검증과 손실 이월공제, 해외 거래정보 확보 등 핵심 과제가 남아 추가 유예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취득가액 검증부터 손실 이월공제, 해외 거래정보 확보까지 풀리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세를 위한 기본적인 틀은 마련됐지만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가는 거래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가상자산 소득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는 세 차례 유예한 만큼 내년부터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현행 제도로 과세하기 어렵다며 추가 유예와 폐지론까지 다시 꺼내 들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양도·대여 소득부터 적용된다. 시행일까지 97일 남았다.
가상자산을 팔거나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해 얻은 연간 소득에서 취득가액과 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뺀 뒤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제 세율은 22%다. 내년 발생한 소득은 2028년 5월 투자자가 직접 신고·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정확한 소득을 계산하기 위해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의 거래내역을 직접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취득가액은 거래소별이 아닌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계산한다.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에서 같은 가상자산을 거래했다면 전체 매수금액과 수량을 합쳐 평균 취득단가를 산출해야 한다.
과세 시행 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올해 12월 31일 시가 중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한다.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우면 같은 종류의 가상자산 전체에 대해 양도가액의 5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지만 실제 취득가액이 더 높았던 투자자는 관련 내역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투자 손실을 반영하는 방식도 쟁점이다.
같은 해 발생한 가상자산 투자 손익은 합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빼는 결손금 이월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주식이나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의 손실과도 통산할 수 없다.
올해 손실을 보고 다음 해 같은 금액의 이익을 내더라도 두 해의 손익을 합칠 수 없는 구조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가상자산 양도차손의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장기적으로 자본이득 간 손익통산이 가능한 과세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통한 거래를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해외 거래정보를 확보할 방침이다.
한국과 일본 등 46개국은 2027년부터 정보교환에 참여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2028년, 미국은 2029년부터 합류한다.
참여하지 않는 국가의 거래소와 개인지갑·DEX 거래는 과세자료 확보에 한계가 있다.
스테이킹과 렌딩, 에어드롭, 하드포크, 디파이 등 새롭게 등장한 거래의 과세 기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가상자산을 받은 시점과 처분한 시점 가운데 언제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볼지, 무상으로 받은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등 거래 유형별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체계 정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연기됐다.
유예 기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고 사업자의 과세자료 제출 의무와 취득가액 산정 방식도 보완됐지만 과세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열고 과세 준비 상황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이후 “법이 실제로 시행됐을 때 발생할 문제점과 대응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시기상조이고 문제점이 많다면 당연히 유예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상태로는 안 되고 더 유예하는 게 맞겠다는 입장”이라며 “내년 1월까지 산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원론적으로 과세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추가 유예와 제도 보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국회에는 시행 시점을 2029년 또는 2030년으로 늦추는 법안과 가상자산 과세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이 각각 발의돼 있다.
반면 정부는 현행법에 따라 2027년부터 과세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남은 97일 동안 제도적 공백을 얼마나 보완하느냐에 따라 예정된 시행과 네 번째 유예의 향방도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디파이처럼 기존 매매와 다른 거래가 늘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과세 대상 소득으로 볼지, 어느 시점에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투자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부터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