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관리비, 표준금액의 48.4%…긴급 출동까지 포함
낮은 단가 메우려 물량 경쟁…기술자 업무 부담 우려
업계 “예방점검보다 고장 처리”…적정 대가 보장 요구
승강기 관련 이미지. AI 이미지
고층 건물을 단 몇십 초 만에 오르내리게 하는 승강기는 현대 문명의 산물이자 일상생활의 필수 설비다. 하루에도 수 번 이용하지만, 누가 점검을 하고 고장에 대비하는지 관심을 두는 일은 드물다. 승강기가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을 지탱하는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그 일상을 지키는 비용은 승강기 한 대당 월 9만원대다. 정기점검과 고장 출동까지 맡기는 금액이 정부 권장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승강기 업계가 “저가 수주 경쟁이 기술자 처우 개선을 어렵게 하고, 점검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확보하는 데도 부담을 준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25년 공동주택 승강기의 평균 유지관리 계약금액은 대당 월 9만9200원이다. 같은 해 표준유지관리비로 제시된 20만5000원의 48.4%에 불과하다.
표준유지관리비란 정기점검과 고장 대응 등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해 공단이 매년 공표하는 권장가격이다.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계약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도 체결될 수 있다. 필요한 서비스 비용을 계산해도 계약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저가 계약은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승강기협회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된 2022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의 계약 5752건을 분석한 결과, 월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 계약이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5만원 미만의 계약도 12.2%로 나타났다. 10건의 계약 중 7건 가량이 월 10만원을 밑돈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가장 낮은 계약금액은 월 2만4267원으로 나타났다. 하루 약 800원에 승강기 한 대의 관리를 맡긴 것이다. 당시 평균금액도 8만8920원으로 표준금액의 절반에 못 미쳤다. 낮은 가격에 계약을 따내는 경쟁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유지관리 업무는 월 1회 정기점검에 그치지 않는다. 고장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 원인을 찾고 조치해야 한다. 사람이 갇히는 등 응급상황에도 대응한다. 고장이 없는 달에도 점검 인력을 투입하고 긴급 출동에 대비해야 한다.
업계는 500세대 아파트 단지에 통상 설치되는 승강기 10~15대를 매달 정기점검하는 데 2~3일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대당 월 9만원대의 계약금액으로 정기점검과 돌발 상황 대응에 필요한 인력·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업에는 전문성과 숙련도 필요하다. 승강로 등 위험한 공간에서 설비를 살피고 이상 원인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에서는 기술자의 전문성보다 낮은 가격이 우선되고 있다. 업체가 낮은 단가를 더 많은 계약으로 메우려 하면 기술자의 담당 물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기술인력 1인당 관리대수 기준은 통상 100대 안팎이다. 인접 도시까지 이동하는 경우에는 지자체가 90대로 조정해 승인하기도 하지만, 일부 영세 업체에서는 서류에 등록된 인력과 실제 점검 인력이 달라 특정 기술자에게 업무가 몰리는 경우도 있다.
국내 승강기 업체 관계자는 “표준유지관리비가 비싸다는 지적도 있지만, 승강로 작업은 위험 부담이 크고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라며 “저가 계약이 부실 점검으로 이어지고, 다시 고장과 사고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강기 노조도 현장의 인력 부족과 업무 편중을 지적했다. 김선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노동조합 위원장은 “한 사람이 맡는 대수가 많아지면 점검할 시간이 부족해진다”며 “예방 점검보다 고장이 났을 때 처리하는 식으로 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유지관리비가 있어도 업체들이 수주를 위해 가격을 낮추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유지관리비를 받지 않고 계약한 뒤 부품 수리비로 수입을 메우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준유지관리비 자체가 최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작업자가 점검할 때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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