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시뮬레이터 중심 훈련 넘어 병과·전력 연결 필요
육군 대대급 STE 구축 본격화…통합 훈련환경으로 진화
AI 결합한 지능형 훈련체계로 미래전 대비해야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미래 전장의 영역은 지상·해상·공중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병력과 유인 장비 중심이던 전투 역시 무인체계와 인공지능(AI)이 결합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장이 복잡해질수록 평시 훈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필자는 지난 40여년간 군과 국방과학연구소, 민간기업에서 무기·전투체계와 지휘통제(C4I)체계, 과학화교육훈련체계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한 가지 질문을 계속 던져왔다.
‘어떻게 하면 미래 전쟁에 대비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을까.’
전투력은 좋은 무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기체계와 이를 운용하는 장병의 숙련도, 군기와 사기 등이 결합돼야 한다. 결국 전장 환경과 전쟁 양상을 반영한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 우리 군의 훈련은 실병력과 실장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차는 훈련장에서 기동과 사격을 하고, 헬기는 실제 비행과 사격훈련을 했다. 포병도 실사격을 통해 전투 능력을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 방식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훈련장 확보가 쉽지 않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안전 문제와 주변 민원, 장비의 수명과 유지비도 고려해야 한다. 미래에는 이런 제약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장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단일 병과와 개별 무기체계 중심의 작전에서 벗어나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영역이 연결되고, 유인체계와 무인체계가 함께 움직이는 다영역 작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훈련 역시 개별 장비의 조작 숙달을 넘어 여러 전력과 병과가 동시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군은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S)을 기반으로 한 과학화교육훈련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네비웍스 역시 2000년 창립 이후 지리정보시스템(GIS)과 모델링·시뮬레이션,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 등을 기반으로 군 교육훈련체계 개발에 참여해 왔다.
필자 역시 군 생활과 국방과학연구소, 삼성SDS 근무 당시 합동·연합 및 각 군의 C4I체계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네비웍스에서는 육군항공전술훈련 시뮬레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과학화훈련체계 개발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한계를 발견했다.
각각의 시뮬레이터는 갈수록 정교해졌지만 서로 다른 병과와 무기체계를 하나의 전장환경에서 연결해 훈련하는 데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투에서는 항공부대만 따로 싸우지 않는다. 보병과 기갑, 포병, 방공, 공병 등 다양한 병과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전투를 지원한다.
그런데 훈련체계가 개별 플랫폼 중심으로 구축되면 각 무기체계의 운용 숙달에는 효과적이더라도 제병협동이나 통합훈련 측면에서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
필자는 화생방정찰차와 교량전차, 다연장로켓 및 자주포 등 여러 시뮬레이터 관련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분명하게 갖게 됐다.
좋은 시뮬레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각의 훈련체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2010년대 중반 중대급 적·아 쌍방 전술훈련이 가능한 가상훈련체계 개발에 참여한 것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이었다.
단순히 하나의 무기체계를 조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여러 명의 장병이 동일한 가상환경에 들어가 전술훈련을 수행하고, 서로 다른 훈련체계를 연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필자는 미래 과학화교육훈련체계의 핵심이 개별 시뮬레이터의 성능 향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훈련체계를 하나의 공통 환경에서 연결하는 데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이 문제의식은 2018년부터 합성훈련환경(STE·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 플랫폼 연구로 이어졌다.
STE는 실기동(Live), 가상(Virtual), 구성(Constructive) 훈련 등 서로 다른 훈련체계를 하나의 상호운용 가능한 환경에서 연결하는 개념이다.
전차 승무원은 전차 시뮬레이터에서, 헬기 조종사는 항공 시뮬레이터에서, 지휘관은 지휘소에서 훈련하더라도 모두 동일한 전장 상황을 공유하며 하나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상현실 훈련’과는 다르다.
핵심은 각각의 가상훈련 장비를 더 실감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훈련체계와 데이터를 하나의 전장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네비웍스는 관련 연구개발을 거쳐 2022년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가상훈련 플랫폼 VTB-X를 선보였고, 2024년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는 이를 발전시킨 합성훈련 관련 기술을 공개했다.
현재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육군 대대급 합성훈련환경(STE) 체계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활용하는 대대급 부대가 가상환경에서 다양한 전술훈련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과학화훈련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는 우리 군의 과학화교육훈련체계가 개별 시뮬레이터 중심에서 여러 체계를 연결하는 합성훈련환경으로 발전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래 전장에서는 장병뿐 아니라 무인체계와 AI가 함께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훈련환경 역시 단순히 여러 시뮬레이터를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훈련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내며, 장병의 판단과 전술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AI를 결합한 합성훈련환경, 이른바 ‘AI-STE’다.
STE가 서로 다른 훈련체계와 전장환경을 하나로 연결하는 단계라면, AI-STE는 그 연결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훈련을 더욱 지능화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훈련자의 행동과 판단을 분석하고, 적의 행동을 보다 다양하게 구현하며, 반복된 훈련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훈련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다.
미래전의 승패는 첨단 무기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무기를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연결하고 운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평시에 얼마나 반복적으로 훈련했는지가 중요하다.
개별 시뮬레이터 중심의 훈련에서 합성훈련환경으로, 다시 AI가 결합된 지능형 훈련환경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 우리 군의 과학화교육훈련체계도 ‘더 실감나는 훈련’을 넘어 ‘더 연결되고 더 지능적인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
서성만 네비웍스 부사장.ⓒ네비웍스
글/ 서성만 네비웍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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