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은 사실상 만실인데 신규 공급은 ‘찔끔’
호텔 짓기엔 돈·땅 모두 부담…공급 방식 양극화
더 플라자 옥상정원 조감도. 외국인 남녀 관광객이 옥상정원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한화호텔앤리조트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서 서울의 호텔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텔 객실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신규 공급이 더딘 데다, 팬데믹 당시 시장에서 빠져나간 객실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방한 관광객 4000만 명 시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공항·항만·숙박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복수비자와 단체관광 무비자 확대 등 입국 편의 개선과 더불어 문화상품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관광객 유치 목표를 높여 잡은 것은 최근 방한 수요 증가세를 내수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을 실제 관광 소비로 이어가고, 서울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관광객 유치 확대에 비해 이를 수용할 숙박 인프라 확충 속도는 더디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호텔 객실 수는 약 5만3675실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연간 신규 공급은 1000실 안팎에 머물며 팬데믹 이전 공급 속도의 4분의1에도 못 미쳤다.
반면 객실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집계한 서울 호텔 객실은 6만1723실이지만 올해 7월 평균 객실가동률(OCC)은 85%대를 기록했다. 특히 3~4성급은 88~90% 수준까지 올라갔다. 통상 호텔업계에서는 OCC가 85%를 넘으면 사실상 만실 수준으로 본다.
객실 수요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다. 한국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실제 방한 수요로 이어지면서 빠르게 늘었다. 방한 시장도 중국 단체관광객 중심에서 일본·대만·미국·유럽 등으로 다변화됐고, 개별자유여행(FIT)의 비중 역시 크게 확대됐다.
이 같은 증가세에 올해 방한객 전망치도 잇따라 상향되고 있다. 여행·관광 산업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지난 17일 발간한 ‘2026 방한 외래 관광객수 전망’에서 올해 연간 방한 외래관광객을 2356만7000명으로 재전망했다. 지난해 1893만7000명보다 24.5%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호텔 객실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실적 악화로 일부 호텔이 폐업하거나 오피스·오피스텔 등 다른 용도로 전환됐고, JLL은 서울의 4·5성급 호텔 폐업으로 약 4000실이 시장에서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공유숙박이 크게 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모두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호텔은 주요 관광지와 교통 거점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은 데다, 프런트데스크와 객실 관리, 짐 보관 등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숙박시설로 꼽힌다.
더 플라자 리모델링 조감도ⓒ한화호텔앤드리조트
◇ 신규 개발·규제 완화에도…객실 공급은 ‘거북이걸음’
호텔업계도 방한객 증가에 맞춰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이엔드·럭셔리급 호텔 개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기존 호텔을 재단장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서울 중구 더 플라자의 대규모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개발도 잇따른다. 옛 힐튼호텔 부지의 ‘이오타 서울’에는 리츠칼튼 브랜드 유치가 추진되고 있으며, 용산 유엔사 부지에는 로즈우드 호텔, 서울역 북부역세권에는 만다린 오리엔탈 서울이 들어설 예정이다. 파라다이스그룹도 장충동에 럭셔리 호텔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삼성동 현대차그룹 부지와 성수동 삼표 부지에서도 고급 호텔 브랜드 유치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지는 아직 구체적인 호텔 브랜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실제 객실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호텔은 부지 확보와 자금 조달, 설계·인허가, 공사와 개장 준비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신규 개발에 착수하더라도 단기간에 객실을 늘리기 어려워 당분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도 호텔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난해 말 상업지역 내 관광숙박시설의 용적률을 최대 1.3배까지 완화하고, 건폐율·높이 인센티브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곧바로 신규 객실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2026년 2분기까지 승인한 호텔업 사업계획은 249건, 5209실이지만 이 가운데 신축은 24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존 건축물의 용도변경 등이어서 승인 물량 전체를 신규 공급으로 보기도 어렵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 부지·공사비·PF까지 부담…호텔 시장 양극화 뚜렷
호텔업계도 방한객 증가만을 보고 신규 호텔 개발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년간 오른 공사비와 인건비,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초기 투자 부담이 커진 데다, 서울 도심과 주요 상권에서는 호텔을 지을 만한 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긴 투자금 회수 기간도 부담이다. 호텔은 준공 이후 객실 판매와 부대시설 운영을 통해 수익을 쌓아가는 구조인 만큼, 개장 이후에도 장기간 안정적인 가동률과 객실단가를 유지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방한객이 늘고 있더라도 장기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금융권이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금을 선별 공급하면서 신규 개발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높은 호텔은 장기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규 공급이 제한되면서 기존 호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 수요 회복과 객실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외국계 자본의 서울 호텔 투자와 리츠(REITs)를 활용한 기존 호텔 매입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신규 호텔 개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울 호텔 시장의 공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신규 개발은 복합개발 사업에 포함된 하이엔드·럭셔리 호텔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반면, 중저가 시장에서는 기존 건물을 활용한 숙박시설 공급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호텔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노후 빌라를 호스텔이나 공유숙박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일본 캡슐호텔 브랜드가 올해 명동에 처음 진출하는 등 저가·실속형 숙박시설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 호텔 공급은 대규모 복합개발 내 호텔 도입이나 럭셔리 호텔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중급 호텔 시장에서는 기존 자산 리모델링 및 용도전환이 주요 공급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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