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수영´ 중앙 레인에 목매는 이유

입력 2009.07.29 13:49  수정

물의저항 덜받고 경쟁자 견제 용이

박태환, 올림픽 당시 중앙레인 효과

수영 선수들이 중앙 레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레이스를 가장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영 선수들이 예선부터 전력을 다해 물살을 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결선에 오르기 위해 기록 관리를 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수영 선수들은 “결선에서 중앙에 있는 3·4·5번 레인을 배정받기 위해 예선부터 힘을 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결선 레인배정은 예선기록에 의해 ‘4-5-3-6-2-7-1-8’로 정한다).

이처럼 선수들이 중앙 레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레이스를 가장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영 전문가들은 레인이 가운데 위치해 있을수록 물살로 인한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고 설명한다. 중앙 레인에 자리한 선수는 양 옆 선수들에게 물의 저항을 줄 수 있다.

반면 맨 가장자리 1·8번 레인은 물살이 벽을 맞고 자신을 향해 다시 되돌아오기 때문에 중앙에 있는 선수보다 물의 저항을 많이 받게 된다. 이에 의하면 레이스를 펼칠 때 가장 체력을 덜 소모하는 레인이 4번이다. 결과적으로 기록 단축에도 도움을 준다.

중앙 레인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쟁자들에 대한 견제가 용이하다는 것. 박태환(20·단국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 당시 3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최대 적수인 그랜트 해켓(호주)은 2번, 라슨 젠슨(미국)이 4번 레인에 포진한 가운데 박태환은 둘의 레이스를 살피며 전략적으로 페이스를 조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 주인공 장린은 경기가 끝난 뒤 “난 5레인에 있고, 박태환은 3레인에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보이지 않아 계획대로 할 수 없었다”고 밝힐 정도로 레인 위치는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박태환은 200m에서도 당시 강력한 우승후보인 펠프스와 반터카이의 움직임을 좌우로 관찰하며 레이스를 펼쳐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최근에는 과학적인 레인 설계로 옆 레인의 물살에 영향이 없다는 설도 있고, 다른 선수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작전으로 일부러 가장자리 레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3·4·5번 레인이 유리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열리고 있는 ‘2009 로마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4레인에 배정된 폴 비더만(독일)이 우승을 차지했고, 3레인과 5레인에 배정된 오사마 멜룰리(튀니지)와 장린(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게다가 200m 결승에서도 4레인을 차지한 비더만은 연이어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1위에 올랐고, 3레인의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2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중앙 레인을 배정받아 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 박태환의 경우에서도 나타나듯,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당일 컨디션과 마음가짐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0.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섬세한 스포츠인 수영에서 레인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데일리안 = 이광영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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