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장린-멜룰리…‘구간 레이스’ 리와인드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9.07.27 02:37  수정

멜룰리-장린, 초반부터 승부수 ‘속도조절 여유’

박태환, 라이벌들의 기량 상승에 심리적 압박

‘마린보이’ 박태환(20.단국대)이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탈락하며 큰 충격을 안겼다.

박태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이탈리코 콤플렉스 메인풀에서 열린 ‘200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10조에서 3분46초04로 3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하지만 예선그룹 전체 12위로 밀려 8위까지 오르는 결선행 좌절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면, 박태환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중국의 장린과 베이징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우사마 멜룰리(튀니지) 등은 결선에 올라 2~3위를 차지했다.

400m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박태환과 장린, 멜룰리의 예선구간 레이스 전략을 되돌아본다.

장린의 결승에 가기 위한 필승전략은 초반부터 지칠 때까지 전력 질주하는 전형적인 단거리 영법이었다.

1. 멜룰리, 예선전략 ‘강-약-강’

멜룰리는 400m 우승후보들 중 가장 먼저 예선 8조에서 편성, 기록에 신경 써야하는 불리한 입장이었다. 총 8명이 오르는 결선 방식은 예선 각조 순위가 아닌 예선전체기록을 보기 때문이다.

멜룰리는 첫 50m구간을 26초23으로 끊는 무서운 속도를 보여줬다. 이 기록은 박태환이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기록한 50m 구간보다 0.01초 앞선 성적이다.

멜룰리 속력에 놀란 예선 8조 선수들은 초반 오버페이스하면서 멜루리의 속도에 맞춰 무리한 역영을 했다. 그러나 멜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변칙적인 속도조절을 했다. 100m 구간 갑자기 스피드를 줄이면서 체력 안배에 신경 쓰는 레이스를 펼쳤다.

멜룰리가 다시 힘을 낸 것은 200m 구간을 지나면서부터. 멜룰리는 200m에서 350m구간까지 최고속력을 내며 역영했다.

350m를 지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멜룰리의 400m 최종기록은 3분43초78, 예선 8조 1위. 박태환이 지난 베이징올림픽 400m에서 기록한 것보다 2초나 뒤졌지만, 결선진출 가능한 기록으로는 충분한 성적이었다.


2. 장린, 예선전략 ‘단거리처럼 달렸다?’

장린은 멜룰리에 이어 예선 9조에서 등장했다. 장린이 결승에 가기 위한 필승전략은 초반부터 지칠 때까지 전력 질주하는 전형적인 단거리 영법이었다. 장린에게서 상대선수를 곁눈질하며 체력 안배하는 눈치작전은 애시 당초 없었다.

장린이 속한 예선9조 첫 50m구간기록은 25.70. 2번 레인에서 역영한 독일의 비더만이 가장 먼저 끊었다. 장린도 비더만에 이어 25초대로 통과했다. 기록이 말해주듯 엄청난 스피드를 보여 준 예선 8조 경기였다.

장린의 100m 구간기록은 53초11, 박태환의 베이징올림픽 구간기록 54초07보다 앞선다.

장린은 200m 구간에서는 세계기록보다 0.59초 앞서 통과하는 무서운 속도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250m 구간에서 2분17초59로 세계기록에 1초 이상 뒤처지면서 오버페이스 징후가 나타났다.

장린과 비더만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계속 속도를 줄이지 않고 체력싸움을 펼쳤다. 300m구간 기록은 2분45초43. 세계기록보다 0.81 뒤졌지만 앞서 250m구간에서 세계기록에 1초 이상 뒤진 부분을 만회했다.

350m구간은 3분15.54. 세계기록보다 2.50초 늦었지만, 박태환이 베이징 올림픽 때 기록한 구간기록보다는 2초 이상 빨랐다.

장린과 비더만은 마지막 구간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력질주했다. 결국 비더만이 3분43초01로 1위, 장린이 3분43초58로 2위로 들어오며 모두 최종결선에 진출했다.

예선 10조에 속한 박태환은 장린과 비더만의 엄청난 속도를 터치패드 바로 앞에서 지켜보면서 심리적인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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