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초호황, 中에도 기회…韓반도체 초격차 시험대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10 06:00  수정 2026.04.10 06:00

5세대 HBM3E까지 추격…AI 메모리 경쟁 본격화

슈퍼사이클 정점서 판가름…시장 주도권 분수령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LPDDR5X 제품.ⓒCXMT

한국이 주도해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범용 D램을 넘어 인공지능(AI)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전선을 넓히며, 양국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양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는 현재 상용화된 최고 수준인 12단 HBM 제품을 내년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미세 공정뿐 아니라 적층 기술과 수율 확보가 동시에 충족돼야 하는 고난도 영역으로,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사실상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가 최고 단수 양산에 착수하면서 기술 격차 축소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는 평가다.


CXMT의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를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규정한 중국은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CXMT는 내년에도 시장 주류로 자리할 HBM3E(5세대)를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2030년 자립률 80%'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성숙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결합해 생태계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율이 30%대에 머문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목표가 공격적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폐막한 세미콘 차이나 2026에서는 전체 참가 기업 중 로컬 기업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장비·소재·설계 등 전 분야에서 자국 기업 중심의 공급망이 빠르게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막대한 자본도 뒷받침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약 3440억 위안(약 70조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기'를 조성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 주요 기업들은 상반기 기업공개(IPO)로 앞두고 있다. CXMT의 경우 이번 IPO로 6조원의 실탄 마련이 가능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추격이 본격적인 '시장 침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M의 세대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하게 흘러가면서 올해도 HBM3E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5세대(HBM3E) 제품의 요구가 테크 기업들 중심으로 이어질 텐데 중국은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력도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 요인이다. 중국 기업들은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동일 사양 제품 기준 15%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는 현 시점에서 글로벌 고객사들의 조달 전략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추격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시점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국내 소부장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새로운 질서 재편에 맞선 초격차 유지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의지가 결합되면서 메모리 생태계 전반에서 활력을 보이고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업황 호황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업체에도 강한 동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2027년을 전후로 경쟁 구도가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