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산업] '환율 1500원·고유가·관세' 삼중고에 짓눌린 K-가전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08 10:00  수정 2026.04.08 15:21

고환율 '뉴 노멀' 흐름…수익성 악화 국면 장기화 전망

"중동 리스크 종결 후에도 빠른 안정화 기대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40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500원선은 사실상 '뉴 노멀'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과 미국의 관세 체계 개편까지 겹치면서, 국내 가전업계는 환율·유가·관세가 동시에 압박하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외환과 에너지 시장이 동시에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을 돌파해 1510~153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금융과 실물 경제를 동시에 타격하면서 충격 여파가 더욱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체계 개편까지 더해지며 압박은 한층 입체화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등 금속 파생제품에 대해 '금속 함량 15% 이상 시 25%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면서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이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어섰다. 특히 제품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판매할수록 관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로 진화했다.


가전 업계는 일련의 사태를 전례 없는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말 자연재해 같은 일들을 겪고 있다"면서 "해상 운임과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관세 압박까지 추가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당초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 유리한 대외 요인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달러로 대금을 받는 구조상 환율 상승 국면에서 단기적인 실적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상 운임 상승과 에너지 비용 증가가 맞물리며, 물류비와 제조 원가가 빠르게 오르고 수익성이 다시 악화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관세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의 손익 구조 전반이 압박을 받는 국면이다.


지난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가전제품 판매대 모습.ⓒ연합뉴스

향후 변수는 사태의 지속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조절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뚫린다고 해도 유가 상승 등 악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은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주요 전자 기업 경영진들은 상황 모니터링과 대응 시나리오를 상시 보고 받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가전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리스크가 아니다 보니 긴장이 극대화된 상황"이라면서 "사태 장기화 여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국면은 환율, 유가, 관세가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위기로, 정부와 기업의 공조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 교수는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장기화하는 국면을 상정하고 기업도 정부도 대응 여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전쟁이 종결돼도 상황은 곧바로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관련 국가와 기업이 사태 종결 이후에도 보수적으로 관망하는 자세를 상당히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율, 국제 유가 등이 회복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