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는 지난 1일 뉴캐슬과의 계약이 자동 해지된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30)과 2년에 주급 5만 파운드(약 1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오언이 자유계약 신분이라 이적료는 없다.
오언은 맨유 이적 후 MU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상치 못하게 맨유에 오게 됐다. 뉴캐슬에서는 실망스런 나날을 보냈지만, 맨유에서는 커리어를 다시 빛낼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맨유의 오언 영입이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어당긴 이유는 그가 ‘맨유 라이벌’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버풀이 아닌 뉴캐슬서 건너온 것이지만, 오언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원더보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전성기를 누렸던 리버풀의 심장이었다. 2001년에는 리버풀의 컵 트레블을 이끈 것을 비롯해 잉글랜드 선수 가운데 최초로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45년 동안 직접적인 선수 교류가 없었고 날이 갈수록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맨유와 리버풀의 앙숙 관계를 떠올리면, 오언의 맨유행은 실로 놀랍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퍼거슨 감독에게 오언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카림 벤제마 영입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한 퍼거슨 감독은 사뮈엘 에토(FC 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클라스 얀 훈텔라르(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당대 최고 공격수들을 영입할 복안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팀으로의 이적과 소속팀 반대에 부닥치며 영입 계획이 헝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언의 영입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잉글랜드 현지 언론에서 이적설을 보도한 지 하루 만에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 계약서에 최종 사인했다. 오언은 2군으로 강등된 뉴캐슬과의 계약이 자동 해지된 상태로, 맨유는 이적료 협상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었다.
최근 헐 시티와 스토크 시티 같은 약팀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받던 오언 입장에서도 맨유라는 빅 클럽의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 빅클럽 및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맨유행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오언 영입, ´루니 시프트´ 강화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현 스쿼드의 전력 극대화를 위해 오언을 택했다. 호날두-테베즈 이탈로 웨인 루니의 공격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에서 오언과 같은 도우미가 필요했다.
오언은 2000년대 중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루니의 쉐도우 역량을 살리는 역할을 맡았다. 루니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미 호흡을 맞춰본 터라, 맨유에서도 ´1+1=3´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로 2004 본선에서는 ´오언-루니´ 투톱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오언이 타겟맨으로서 순발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며 루니에게 골 기회를 열어줬고, 루니도 그 찬스를 잘 살려 결실을 맺었다.
루니가 19세의 나이로 유로 2004 본선 4경기에서 4골을 넣을 수 있던 것도 오언이라는 조력자가 있어 가능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 같은 공격패턴을 맨유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맨유에게는 오언 외에도 에토-훈텔라르-아구에로 같은 또 다른 영입 후보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공격수가 들어오더라도 루니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팀 공격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벤제마 영입실패의 쓴잔을 들이킨 퍼거슨 감독이 다른 대형 공격수보다 오언을 먼저 택한 것은 ´오언-루니´ 투톱이 대표팀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여 대형 선수를 영입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루니 시프트´를 강화시킬 수 있는 오언이라는 실리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보다 경기력이 떨어진 오언의 영입이 맨유 전력에 얼마나 보탬이 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1997년 여름 토트넘에서 고전하던 테디 셰링엄을 영입한 사례가 있다. 셰링엄은 맨유에서 부활하며 세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1998-99시즌 트레블을 이끌었다. 오언이 세링엄처럼 부활한다면, 맨유의 ‘오언 효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오언 본인 말대로 커리어를 빛내며 루니와 함께 맨유의 리그 4연패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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