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적임자 두고 의견 분분
루니 10번 고수, 이적생은 팀 충성도가 관건
등번호 7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상징과도 같다.
그동안 맨유의 7번으로 뛰었던 선수들은 팀의 핵심이자 현대 축구를 빛낸 주역들이다. 바비 찰튼, 조지 베스트, 스티브 코펠,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최근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이름만 들어도 혀를 내두를 만한 선수들이 7번을 달았다.
하지만 현재 7번은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주인을 잃었다. 빈자리는 기존 선수 혹은 이적생에게 물려주는 것이 순리지만, 무게감과 상징성을 감안할 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찰튼과 베스트로부터 시작된 7번 계보의 정통을 이어가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맨유의 7번 주인이 오리무중에 빠진 결정적 이유는 웨인 루니 때문이다. 루니는 호날두와 더불어 맨유 전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데다, 평소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충성심이 높아 7번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였다.
베컴도 10번에서 7번으로 전환한 케이스. 하지만 루니는 잉글랜드 일간지 <매일 온 선데이>를 통해 "맨유에서 10번으로 뛰는 것에 만족한다. 펠레와 마라도나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도 10번이었다"며 등번호 7번을 고사할 뜻을 밝혔다.
사실 루니는 10번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펠레와 마라도나 플레이를 즐겨보면서 꿈을 키워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루니는 2006-07시즌 종료 후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으로 1년간 공석이 됐던 10번을 물려받았다.
루니가 구단에 먼저 10번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면서 2007년 여름 ´맨유에서 10번을 달고 뛰었던 전설적인 선수 데니스 로(은퇴)와 함께 10번 증정식을 가졌다. 따라서 루니가 10번을 버리고 7번을 달 가능성은 극히 낮다.
문제는 루니 외에는 마땅한 7번 적임자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기존 선수에게 7번이 부여될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있지만, 맨유 전력의 중추로 활약할 만한 선수가 현재로선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물론 2003년 18세의 나이로 맨유에 입단했던 호날두처럼 페데리코 마케다와 대니 웰백 같은 팀의 기대주들이 7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호날두처럼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웰백의 경우, 맨유 유스 아카데미가 배출한 잉글랜드 국적 선수여서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미완의 대기´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맨유에 입성하는 대형 선수가 7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림 벤제마(리옹)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안토니오 발렌시아(위건) 같은 공격 옵션들이 바로 그들.
벤제마와 리베리는 호날두처럼 파괴적인 공격력을 뽐낼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고 발렌시아는 날카로운 패싱력과 크로스, 빠른 순발력을 주무기로 하는 전형적인 오른쪽 윙어다. 특히 코펠-베컴-호날두 같은 맨유 7번 선배들이 오른쪽 윙어라는 점에서 발렌시아가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이들이 7번을 받기엔 팀에 대한 충성도라는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베스트-롭슨-칸토나-베컴 같은 7번 레전드들은 여전히 맨유에 대한 충성심을 드높이고 있지만, 정작 호날두는 맨유 시절 내내 "레알 마드리드에 가고 싶다"고 밝혀 왔다. 만약 이적생에게 섣불리 7번을 부여했다가 호날두와 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맨유로선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결국 맨유의 7번 계보 문제는 호날두 이적 공백과 더불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루니가 10번 고수를 선언한 가운데, 분명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의외의 선수가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베컴과 호날두에 이어 맨유의 영광으로 자리 잡을 새로운 7번의 주인공이 누구로 결정될 것인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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