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실패했던 태릉CC 개발 재추진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가구 수 일방 추진 논란
사업 조기화 등 속도전 예고에도 내년 착공 ‘찔끔’
분양·임대 물량까지 미확정…"대책 실효성 우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경기도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 부지 등 수도권 지역에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급 물량에 과거 개발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태릉CC를 포함하는 등 정부가 과거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가 사업 조기화 등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 무색하게 가장 빠른 내년 착공 물량도 미미한 상황이어서 실제 입주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공급 물량 부족으로 불붙은 서울 주택 매수세를 가라앉히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과거 실패한 정책 재탕에 정부의 협의 노력 부족, 사업 조기화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시장 불안정성 해소로 주거 안정 효과를 꾀할 수 있을 지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던 태릉CC 개발을 재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태릉CC는 지난 2020년 8·4대책으로 1만가구 공급이 추진됐지만 지역 주민 반대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 등을 마치고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정부 방안에 대해 이미 나왔던 과거 실패한 대책을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릉CC는 세계유산영향평가가 남았고 교통 혼잡 등 인근 주민 우려도 여전하다.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남측부지와 성동구 서울경찰청기마대 부지 등도 대책 발표 전부터 개발 논의가 진행됐던 곳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많은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만큼 대책을 믿지 못하는 국민이 다수"라며 "물량 자체도 서울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협의 부족 노력으로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충분한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섣부르게 대책이 발표돼 갈등과 불확실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리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가구 수를 두고 서울시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계획했던 6000가구를 1만가구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8000가구가 최대라는 서울시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지역 입지를 고려할 때 가구 수를 늘리더라도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지만 서울시는 사업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9800가구 주택 조성 예정인 과천 경마장도 과천시와 한국마사회와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에따라 정부가 내놓은 물량 중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물량은 한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 시장은 규모만큼이나 시기가 중요한 것을 감안하면 속도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사업 조기화 등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전날 주택 공급 대책 자료에서 신속한 주택 공급을 예고하며 ‘최대한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27년부터 주택 착공’이라고 표현을 넣었다.
하지만 이 날 발표된 공급 계획 중에서 내년에 착공하는 물량은 강서 군부지(918가구)와 중랑구 면목행정복합타운(812가구), 영등포구 당산동 양육친화주택(380가구) 등 2110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공급 계획에서 밝힌 가구 수(5만9700가구)의 약 3.5% 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착공 이후 분양까지 2~3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물량의 실제 입주는 2029년 이후 이뤄질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계획에서 대부분의 착공 시점이 2028~203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공급은 상당히 뒤로 밀릴 수 있는 상황으로 현재 불안정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주택 총 공급 계획.ⓒ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여기에 더해 분양과 임대 물량조차 정해지지 않은 현장도 다수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더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주거 복지 추진 방안을 내놓고 공급 평형과 주택 종류 등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발표한다. 정부 발표 이전까지 정확한 물량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사이 서울 주택 매수세는 매주 강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전날 발표한 1월 4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0.31% 올라 1주일 전(0.2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수요가 몰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외에도 관악구(0.55%), 노원구(0.42%), 성북구(0.41%) 등 외곽 지역 집값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책의 실현 가능성을 먼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부가 계획대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주택 공급 부족 불안 심리가 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대책의 핵심 부지들은 인허가와 착공, 실제 입주까지 최소 수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미 누적된 매수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에는 공급의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송 대표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향방은 결국 주택 공급 대책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며 "핵심지 공급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이 실제 시장에 나오면 주택 가격은 점진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휴부지를 기반으로 하는 주택공급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도심정비사업 등과 연결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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