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브랜드] 콘크리트브레드는 왜 '부모의 1초'에 주목했을까

박영민 기자 (parkym@dailian.co.kr)

입력 2026.01.28 11:05  수정 2026.01.28 11:05

유아동복 브랜드 '콘크리트브레드' 이현재 대표 인터뷰

팔리는 상품을 넘어,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 브랜드 커머스의 중심에는 이제 자사몰이 있다. 자사몰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일군 창업자들의 여정을 들여다보았다. 성과보다 먼저 찾아온 망설임, 시행착오 속에서 내린 선택,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쌓아올린 과정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 대한민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유아동복이다. 아이 수는 줄었지만, 부모 한 사람당 아이에게 쓰는 시간과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2025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2조 원을 넘겼고, 전년 대비 7%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모든 브랜드가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브랜드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어떤 브랜드는 선택의 부담을 줄인다. 콘크리트브레드는 후자에 가까운 브랜드다. 출생률 0.7명이라는 전례 없는 환경 속에서, 콘크리트브레드는 어떻게 40% 성장을 이어가고 있을까. 이현재 대표를 만나 지금의 콘크리트브레드를 만든 선택에 대해 들었다.


처음부터 유아동복 브랜드는 아니었다


인터뷰 중인 이현재 대표 ⓒ콘크리트브레드

이현재 대표에게 창업은 잘 아는 일을 확장하는 선택이 아니었다. 그는 병원 건강검진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에서 6년 반 동안 IT 개발자로 일했다.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가리지 않고 개발 업무를 맡았지만, 섬유도 의류도 유아동 시장도 그의 영역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알게 된 사실 하나였다. “주변에 물어보니까,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은 다 ‘낮잠이불’을 가져가야 하더라고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조건은 그를 전혀 다른 시장으로 이끌었다.


낮잠이불은 있으면 좋은 물건이 아니라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그는 이 지점을 ‘수요가 이미 존재하는 시장’으로 받아들였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도 거창하지 않았다. “창업할 때 제일 어려운 게 수요를 만드는 거잖아요.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에게는 이 시장을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시장 조사를 할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기준을 세우기보다 먼저 만들어보는 쪽에 가까웠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이 판단보다 앞섰다.


첫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동대문 원단 시장을 찾았다. 수천 개의 상점이 이어진 골목은 미로처럼 느껴졌고, 거래할 공장도 아는 곳이 없었다. 인터넷을 전전하다 우연히 연결된 곳은 가방 공장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방 공장이더라고요. 거기에 이불을 만들어달라고 한 거죠.” 소량 주문에 생소한 제품이었지만 제작은 진행됐다. 낮잠이불 하나만으로는 쇼핑몰을 채울 수 없어 베이비 라운저와 놀이매트도 함께 만들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비슷한 제품이 넘쳐났고, 콘크리트브레드의 제품은 가격과 퀄리티 어느 쪽에서도 분명한 이유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판매를 포기했고, 초기 자본금 3천만 원 중 약 1천만 원이 그대로 묶였다.


이 시기 브랜드에 남은 것은 성과가 아니라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그때 처음 느꼈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시장이 원하는 건 다를 수 있다는 걸요.” 그는 순서를 바꾸기 시작했다.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기 전에,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낮잠이불 촬영 때 아이들이 입은 옷에 대한 질문이 리뷰에 반복해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불을 팔고 있는데, 댓글의 절반이 다 그 얘기였어요. ‘그 옷 어디서 사나요?’라고요.” 콘크리트브레드는 그 질문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창업 3개월 차, 이미 만든 제품을 내려놓고 방향을 바꾸는 선택이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부모의 1초를 줄이겠다는 기준


콘크리트브레드 낮잠이불 '버터스프레드' ⓒ콘크리트브레드

콘크리트브레드가 유아동복으로 방향을 튼 뒤, 브랜드의 기준은 빠르게 하나로 수렴했다. 더 예쁜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고민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가였다. 이현재 대표는 이를 거창한 철학이라 부르지 않는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거든요. 그 와중에 아이 옷까지 고민하려면 정말 지쳐요.” 그가 줄이고 싶었던 것은 디자인의 복잡함이 아니라, 부모가 결정을 미루는 순간들이었다. 아이 옷을 고르는 데 걸리는 단 1초. 그는 그 시간을 줄여 부모가 쉴 시간을 더 늘리는 것에서 브랜드의 역할을 찾았다.


그 기준은 제품을 만드는 방식부터 달라지게 했다. 유아동복은 사는 사람과 입는 사람이 다르다. 부모가 고르지만, 최종 결정은 아이의 반응에 달려있다. “아무리 예뻐도 소재가 조금만 거칠면 아이가 안 입으려고 해요. 그럼 끝이에요.” 처음에는 디자인을 먼저 보던 브랜드도 방향을 바꿨다. 아이가 입었을 때 편안한지,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지가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됐다.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 옷은 부모의 선택 시간을 줄여주고,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는 계산이었다.


사이즈 역시 같은 기준에서 정리됐다. 고객 문의 중 가장 많은 질문은 언제나 사이즈였다. 체형은 아이마다 다르고, 개월 수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 콘크리트브레드는 선택지를 늘리는 대신, 오히려 줄였다. 정 사이즈 또는 한 치수 크게. “지금 예쁘면서 내년까지 입히는 건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기준을 명확히 하자, 브랜드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해졌다. 부모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대신 정리하는 것, 그것이 이 브랜드가 선택한 역할이었다.


가격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다뤄졌다. KC 인증과 디자인 수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부담을 그대로 고객에게 넘기지는 않겠다는 선택을 했다. “가격이 비싸면 ‘이거 사도 되나’라는 고민이 생기잖아요. 그 고민 자체가 시간이거든요.” 그는 고가 프리미엄 전략 대신, 품질을 유지한 채 효율로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기준은 시그니처 상품으로 이어졌다. 소량 테스트로 시작한 ‘소스 레시피 수영복’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응을 얻었다. 소재의 편안함과 직관적인 디자인. “결국 다시 사는 이유는 비슷해요. 입혀봤는데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고, 예쁘기까지 하면 다음에도 고르게 되죠.” 콘크리트브레드에서 재구매율 40%라는 수치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장 폐업 위기 이후, 달라진 선택


콘크리트브레드 공식 자사몰 ⓒ콘크리트브레드

부모의 시간을 줄이겠다는 기준은, 언제나 쉬운 선택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콘크리트브레드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2월 시작해 코로나 시기를 관통했다. 매출 하락보다 더 큰 위기는 거래 공장의 갑작스러운 폐업이었다. 인력난을 겪던 공장 사장님이 사업을 접으면서 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원자재는 이미 사놓은 상태였다. 소송을 걸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랜 시간 공들여 공장을 운영하셨던 분인데, 어쩌면 저보다 더 힘드셨을 것"이라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빠르게 다른 공장을 찾아 생산을 재개했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고객들 덕분이었다. 2020년, 20대 초반의 한 고객이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기 모델들이 너무 귀엽고 브랜드 방향성이 좋아서,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꼭 이용하겠다. 그때까지 브랜드를 유지해달라”는 메시지였다. 당장 구매할 제품이 없는 고객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위기와 응원은 브랜드를 키운 자양분이 됐다. 지난해 콘크리트브레드는 전년 대비 40%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2024년 마케터 영입 후 데이터 기반 운영으로 전환한 게 주효했다. 데이터를 보기 시작하니 고객의 마음이 보였다. 어떤 제품이 팔리고, 왜 재구매가 일어나는지 숫자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작은 브랜드일수록 한 번의 결정이 크게 작용하고, 잘못된 제품에 재고가 묶이면 바로 현금 흐름에 타격이 온다"며 "데이터가 그 리스크를 줄여줬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방식뿐 아니라 고객을 만나는 채널도 고민했다. 답은 자사몰이었다. 이 대표는 자사몰을 '집'이라고 표현한다. 다른 플랫폼은 고객을 잠깐 만나는 장소지만, 자사몰은 제대로 모실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한다. 이 대표는 "저희 집에 초대해서 정성껏 대접해 드리고 싶다"며 "그래야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판매 채널을 확장했지만 자사몰이 여전히 중심이다. 매출 비중도 70%에 달한다.


자사몰 플랫폼으로 아임웹을 선택한 이유는 운영 효율 때문이었다. 개발자 출신인 이 대표는 직접 사이트를 만들 경우 유지보수에 지속적인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제품과 고객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 디자인과 운영이 간편한 아임웹을 택했다. 이 선택은 단순한 툴 선택이 아니었다. 콘크리트브레드에게 자사몰은 판매 채널이 아니라, ‘부모의 1초를 줄이겠다’는 기준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출생률 0.7명 시대의 생존 방식


이현재 대표 ⓒ콘크리트브레드

기준이 생겼다고 해서, 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콘크리트브레드가 마주한 시장 조건은 명확하다. 출생률 0.7명. 이현재 대표는 이 숫자를 낙관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아기 한 명당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잖아요.” 성장의 전제가 흔들리는 환경에서 브랜드는 무엇으로 버텨야 할지, 그는 그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콘크리트브레드가 택한 답은 더 비싸게 파는 전략이 아니었다. 대세에 맞춰 프리미엄 포지셔닝도 충분히 고민했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요즘은 대기업도 가성비 브랜드를 만들잖아요. 작은 브랜드가 혼자 고가로 가는 건 위험하다고 봤어요.” 대신 품질을 낮추지 않은 채, 생산과 운영 효율을 통해 가격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택했다. 부모가 가격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 결국 브랜드를 오래 선택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 시장에 대한 고민도 같은 기준에서 이어졌다. 콘크리트브레드는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리적 거리, 색상 선호, 출생률, 구매력. 감이 아니라 조건을 기준으로 검토했다. 유통 방식 역시 바이어 중심이 아닌, 자사몰 직접 판매다. “저희는 어디서든 집으로 초대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요.” 브랜드가 직접 고객을 만나고, 관계를 쌓는 구조를 해외에서도 반복하겠다는 선택이었다. 이후 북미와 동남아 시장 역시 같은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무대는 넓어져도 콘크리트브레드가 처음 세운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바로 ‘육아하는 부모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브랜드다. 이 대표는 “제품 고르는 데 1초라도 덜 쓰고, 그 시간에 쉴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가 되고싶다”고 말한다. 부모의 1초를 아끼겠다는 약속, 그 신념이 콘크리트브레드를 계속 달리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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