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유행이 만든 가격 왜곡…‘두쫀쿠’가 만든 디저트 인플레이션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1.27 06:48  수정 2026.01.27 06:48

SNS발 수요 폭증, 가격 질서 흔들

피스타치오·코코아, 원가 쇼크

‘작은 사치’ 타고 디저트 양극화

단기 유행의 가격 후유증 우려도

두바이식 카다이프 뚱카롱.ⓒ세븐일레븐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열풍이 디저트 트렌드를 넘어 원재료 유통 시장의 가격 질서까지 흔들고 있다. 특정 재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상적인 수급 구조가 깨지고 일부 품목 품귀현상과 웃돈 거래까지 나타나는 등 가격 왜곡 현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두쫀쿠'는 두바이 초콜릿의 주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크림으로 속을 만들고, 이를 코코아 가루를 섞은 마시멜로로 감싼 디저트다. 작년 9월부터 서서히 입소문을 타다가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두쫀쿠 사진을 올리면서 인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재료값 폭등이다. 너도나도 두쫀쿠 유행에 편승하다 보니, 순식간에 수요가 급증해 버린 결과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피스타치오 반죽의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단기 수요 쏠림이 정상적인 유통 흐름을 흔들며, 가격 형성 구조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요청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2020년 833톤에서 지난해 2001톤으로 5년 만에 2.4배 늘었다.


두쫀쿠에 들어가는 밀가루 반죽인 카다이프(중동 지역의 가는 면) 수입량도 같은 기간 1만107톤에서 1만4953톤으로 증가했다.


수입 단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1월 기준 톤당 1500만원 수준이었던 피스타치오 수입단가는 올해 1월 기준 2800만원으로 84% 치솟았다.


또 다른 두쫀구 원재료인 코코아 파우더 가격도 상승했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설탕 등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코코아 파우더의 수입단가는 2025년 1월 ㎏당 6.71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10.42달러로 약 5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수입량은 96만7000㎏에서 95만8000㎏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글로벌 원가 상승과 환율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단기 수요까지 겹치며 국내 유통 가격이 가파르게 뛰었다.


이 밖에도 피스타치오·버터·견과류 등 고가 원재료 전반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베이커리와 디저트 매장을 중심으로 재료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도매 유통 채널에서는 평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거나 선결제·선점 거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는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재료들도 갑자기 주문이 몰리면서 납기 지연이나 단가 인상 요청이 잦아졌다”며 “소규모 매장은 가격 협상력이 약해 원가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내 헌혈의 집에 전혈·혈소판 헌혈자에게 증정할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가 놓여 있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뉴시스

주목할 점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급 불균형은 가격을 한 차례 더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부족 → 가격 상승 → 사재기·웃돈 거래 →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가격 왜곡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트렌드 소비가 가진 구조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 짧은 기간에 콘텐츠가 확산되며 특정 상품이나 레시피가 집중 소비될 경우, 유통망은 이를 즉각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단기 수요 충격이 공급 탄력성이 낮은 시장에 유입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가격 급등 패턴이다. 원재료 생산과 수입 물량은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요 확대는 가격 상승으로 조정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가격 압력은 단일 상품에 그치지 않고 또 다시 인접 품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코코아 등 해당 원재료가 제과·제빵·음료·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식품에 쓰이는 만큼, 단일 상품의 유행이 관련 식품군 전반의 원가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실제로 두쫀쿠 가격이 치솟으면서 디저트 가격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두쫀쿠를 포함한 프리미엄 디저트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거나, 한정 판매·예약 판매 방식으로 희소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작은 사치’를 즐기려는 젊은 소비층의 심리를 겨냥한 가격 상승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간식을 선택하면서도, 일년에 두어번 특별한 디저트 소비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 행태를 활용해 가격을 추가 인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디저트 시장의 가격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규모 매장과 저가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단기 유행이 시장의 가격 구조와 경쟁 질서까지 흔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SNS 기반 소비 트렌드가 반복적으로 가격 왜곡을 만들어낼 경우, 소비자 부담 확대는 물론 유통 안정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단기 유행이 끝난 이후에도 높아진 가격이 쉽게 정상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핵심은 소비자 체감 물가로 직결된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동일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다른 디저트까지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체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디저트 시장 역시 단순한 유행 소비를 넘어, 수급 구조와 가격 형성 메커니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디저트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는 아니다. 디저트·베이커리 품목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베이커리 등 일상 소비 빈도가 높은 영역에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압박은 실제 지표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를 비롯한 유통업계도 단기 유행에 따른 가격 왜곡이 반복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단기 유행이 가격 급등과 품귀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경우, 소비자 부담 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중소 제조사의 비용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주된 배경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성 수요는 예측이 어렵고, 유행이 빠르게 꺼질 경우 재고 부담과 가격 변동 리스크가 동시에 남는다”며 “단기 수요 급증에만 반응하는 공급 구조가 반복되면 시장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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