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활주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에 따른 비용을 거의 대부분 미국인이 떠안을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관세는 외국이 낸다”고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로, 그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관세 전쟁은 결국 미국에 세금 폭탄을 투하하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싱크탱크 킬세계경제연구소(IFW)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자책골: 관세는 누가 내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4조 달러(약 5913조원) 규모에 달하는 무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체들이 관세 비용의 96%를 떠안았다”고 밝혔다. 수출업체들이 가격인하를 통해 부담한 비용은 4%에 불과했다. 지난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역 데이터 2500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관세는 수출 단가를 낮추지 못하고 교역량만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례로 50% 고율관세를 맞은 인도 수출업체들은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유럽연합(EU)과 캐나다, 호주 대비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을 최대 24% 줄였다. 수출 단가는 변화가 없었다.
수출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것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새로운 구매자를 찾았거나, 최종 관세율이 바뀔 것으로 보고 가격을 섣불리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너무 높은 관세율 때문에 아예 판매를 중단한 사례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또는 오랜 기간 맺어온 외국 수출업체와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 수입업체가 기존 수출업체를 떠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킬세계경제연구소는 관세가 외국 생산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아니라 미국인에게 부과되는 소비세처럼 작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줄리언 힌츠 독일 빌레펠트대 교수는 “외국인이 관세 형태로 미국에 부를 이전하는 일은 없다”며 지난해 미국이 관세 정책으로 거둬들인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수입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인들이 부담했고, 시간이 지나면 이게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기업 마진은 줄고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직면하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론은 미국 정부가 기대하고 홍보한 관세 효과와 상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각종 관세를 부과하면서 외국 기업이 관세 비용을 흡수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관세수입으로 미국인 1인당 2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관세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WSJ은 “(그린란드 관세 등) 유럽과의 관세전쟁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생각보다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다음달 1일부터 관세를 10% 추가하기로 했고, 유럽은 이에 대응하는 보복관세를 검토 중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