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미가동에 인선 제자리…하마평만 무성
제재·수습 변수에 속도 조절…리더십 공백 장기화 우려
대규모 해킹 사고 이후 롯데카드가 차기 수장 선임에 대해 연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롯데카드
대규모 해킹 사고 이후 롯데카드가 차기 수장 선임에 대해 연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올해 마지막 정기 이사회에서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가 지난 17일 올해 마지막 정기 이사회를 열었으나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임추위 소집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임시 이사회에서 조좌진 대표의 사임 의사가 공식화된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인선 절차는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는 조좌진 대표가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을 유지하는 체제로 회사 운영은 이어지고 있다.
내부 규정상 경영승계 절차는 개시 후 30일 이내 완료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사안은 예외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인선 지연을 단순한 일정 문제로 보지 않는다. 해킹 사고 수습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임 CEO를 곧바로 전면에 세우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소비자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재정비, 비용 부담 관리 등이 동시에 진행 중인 점도 인선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차기 대표가 떠안아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회원 이탈이 발생했고, 건전성 지표도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는 정보보호 투자 확대, 수익성 회복,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매각 작업 정상화까지 병행해야 한다. 단기간 성과보다 ‘상황 수습형 리더십’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후보군을 둘러싼 하마평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특정 인물이 선임 단계에 근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드사 CEO 경험자부터 금융·플랫폼·전략통까지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지만, 임추위가 가동되지 않은 만큼 모두 관측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말 결산 국면에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조직 개편, 중장기 전략을 제한된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수습 국면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사결정 속도와 대외 메시지 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롯데카드는 새 CEO가 곧바로 성과를 내기보다는 복잡하게 얽힌 리스크를 정리해야 하는 국면”이라며 “제재 수위와 시장 환경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인선을 마무리하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윤곽이 잡힌 후보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관측과 소문만 이어지면서 인선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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