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 예산 지방에 과도한 부담 전가"
"도민 안전망의 근간이 흔들릴 우려"
"취약계층의 존엄과 자립에 직접적 영향"
경기도의회 청사 전경. ⓒ
경기도의 내년도 복지예산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동시에 '총량은 늘었지만 실질 복지는 후퇴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사업의 과도한 국비 매칭 부담과 자체 사업 축소, 취약계층 예산 삭감 등이 공통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 복지예산은 사상 최대인 17조 원을 넘어섰지만, 정작 경기도의 실질적 복지 역량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국비 매칭사업에 따른 지방재정의 과도한 부담 △도 자체 복지사업의 축소 △취약계층 대상 예산의 대폭 감액 등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복지 재정의 역설…총량은 늘었는데 쓸 돈은 없다"
임창휘 의원(민주 광주2)은 "경기도의 복지예산이 17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도민의 체감 복지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내년도 사회복지·여성 분야 예산은 총 17조 27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2439억 원(7.8%) 증가했지만, 경기도 단독으로 추진하던 자체 복지사업은 큰 폭으로 줄었다. 내년에 일몰되는 사업만 36개(207억 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30% 이상 삭감된 사업은 52개(1746억 원)로 삭감액이 총 1305억 원에 이른다.
특히 △노인장기요양 시설급여(707억 원) △사회서비스원 운영 지원(102억 원) △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운영(40억 원) 등 취약계층을 위한 필수 예산이 대폭 줄어 경기도 복지정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의원은 "재정 여건 악화를 이유로 1년 예산 중 5~9개월분만 편성하고 나머지를 추경으로 미루는 '돌려막기식 예산 편성'이 만연하다"며 "이러한 방식은 복지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도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이 같은 '복지 재정의 역설'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사무와 재정의 불일치'를 근본 원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처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는 명백히 국가 사무임에도 중앙정부가 지방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국가가 생색을 내고 지방이 청구서를 받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적 의무지출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도지사가 재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재원은 10~20% 수준에서 현재 5%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사실상 중앙정부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한 지방정부는 지역의 현실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추진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한국지방세연구원(KILF)의 분석 결과를 들어 "2030년이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세입이 줄고, 노인복지비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세입과 세출이 역전되는 '재정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초연금 등 소득보장형 복지사업의 전액 국비 전환 △보통교부세 산정 시 경기도의 복지 수요 반영 △지방비 부담 상한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도민 안전망의 근간 흔들려"…자체 복지정책 복원 촉구
안계일 의원(국힘 성남7)도 복지국과 보건건강국 예산안을 점검하며 "복지국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면서 도민 안전망의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국비 매칭사업 확대에 따라 도비 부담이 늘어났고, 그 결과 경기도가 주도하는 자체 복지사업은 대폭 축소됐다"며 "재정이 어려울수록 복지는 더욱 두텁게 지켜야 할 영역인데, 오히려 필수사업마저 줄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복지국 예산안은 소관 상임위원회로부터 '재편성 요구'를 받을 만큼 편성 방향에 대한 논란이 컸다"며 "도는 복지정책의 철학과 기획 역량을 근본적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은 예산 삭감 체감…취약계층 지원 줄어"
문병근 의원(국힘 수원11)은 "예산 총액은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복지서비스가 줄어드는 '체감형 삭감 예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도민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도 예산서 어디에서도 정책 우선순위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감액·일몰 사업 중 상당수가 기초생활보장, 차상위, 위기가구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사업이라며 "도민 입장에서는 자신을 지켜주던 보호장치가 줄어드는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인복지관 지원 39억 원,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26억 원, 중증장애인직업재활시설 3억 원 삭감은 취약계층의 존엄과 자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숫자상의 예산 증감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가는 노인과 장애인의 삶이 걸린 문제"라며 "추경과 향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노인·장애인 복지 예산을 최우선 과제로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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