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비백서 ‘한반도 비핵화’ 삭제…“북핵 암묵적 수용한 듯”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2.07 06:43  수정 2025.12.07 07:14

전문가 “미국과 전략적 경쟁 우선시해 핵무장한 北 묵인”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두손을 맞잡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중국이 19년 만에 발간한 군비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삭제했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을 의식하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 군축 및 비확산’ 백서에서 기존에 명시해왔던 ‘한반도 비핵화지지’ 문구를 없앴다.


이번 백서에는 '비핵화' 대신 '정치적 해결'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핵 비확산’ 부분에서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 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관련 당사국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종전 군비백서 내용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중국은 2005년 펴낸 군비백서에서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 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 백서에서도 동일한 표현이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북한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지오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은 공식 문서에서 더 이상 ‘비핵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의 반복적인 압박 속에서 중국이 결국 핵 문제를 양자 관계 변수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중국이 공식석상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당시 왕이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을 재확인했다. 두 달 뒤 서울에서 개최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선 8차 회의 때와 달리 북핵 관련 논의가 공동발표문에서 빠졌다. 이후 중국은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거론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10월10일 열리고 있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중국의 이 같은 기조 변경은 지난해 가을 이후 북·중관계가 급속히 밀착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담 후 중국이 공개한 결과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중 양국은 앞서 2018∼2019년 중국에서 4차례, 북한에서 1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당시는 비핵화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핵·미사일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티머시 히스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핵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면서 중국이 최소한의 중립적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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