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이는 HBM 전장…SK하닉, 인사·조직 개편으로 새판 짠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12.04 15:49  수정 2025.12.04 15:49

2026년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 단행…'기술' 인재 전면 배치

글로벌AI리서치 센터 신설…美에 HBM 전담 기술 조직까지

SK하이닉스가 GTC-2025서 공개한 HBM 구조 모형ⓒ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2026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인공지능(AI) 메모리 패권 굳히기에 나섰다. 곽노정 최고경영자(CEO)가 유임된 가운데, HBM 글로벌 1위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핵심 인재를 전진 배치했다.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정면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 기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쟁력 확장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춤 조직개편과 인원인사를 단행했다고 4일 밝혔다.


올해 개편의 중심에는 'HBM'이 있다. SK하이닉스는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하고, 커스텀 HBM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패키징 수율·품질 조직을 별도로 구축했다. 이는 엔비디아 등 초대형 고객사와의 협력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제조 기반이 본격 구축되는 만큼 글로벌 생산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구축을 본격화하고 글로벌 생산 경쟁력 강화를 전담하는 '글로벌 인프라(Global Infra)' 조직을 신설한다. 국내 이천과 청주의 생산 체계를 미국 팹에 이식하는 동시에 글로벌 케파(생산능력)의 일관성과 확장성을 정교하게 다듬을 예정이다.


미국·중국·일본에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안현 개발총괄(CDO)이 사장이 이 조직을 맡아 컴퓨팅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AI 리서치 센터에는 글로벌 구루(Guru)급 인재를 영입해 시스템 연구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신규 임원을 37명 선임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가운데, 70%를 주요 사업∙기술 분야에서 발탁했다는 것이다. 이는 차세대 메모리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 조치로 해석된다.


판도 변화 전망 이어져…인사·조직 개편으로 답하다


올해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의 독주, 삼성전자의 반등 준비, 마이크론의 추격'이라는 3자 구도로 요약된다. 국내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0.8%, 삼성전자가 17.2%, 마이크론이 22.0%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장 주류인 6세대(HBM4)와 차세대 제품인 7세대(HBM4E)가 시장에 등장하며 경쟁 양상은 새롭게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HBM4의 경우 SK하이닉스가 공급 물량 협상을 업계 최초로 마무리했지만, 삼성전자 역시 최근 생산준비승인(PRA)을 마치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11월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곧 공급을 시작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HBM4E부터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커스텀(맞춤형) HBM' 시장은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꼽힌다. HBM4E는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로직 다이(베이스 다이)'를 고객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제조하는 커스텀 방식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TSMC와 협력해 베이스 다이를 제작하고,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다. 공정 난도가 상당히 높아 그 자체로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는 SK하이닉스가 격화하는 글로벌 경쟁 한복판에서 기술·생산·리더십을 재정비하며 미래 경쟁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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