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턴 아직" HBM 이어 D램까지 공급 부족, 메모리 강세 이어진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2.03 06:00  수정 2025.12.03 06:12

DDR5 가격 10개월 연속 상승… 구조적 변화

메모리 증설 효과는 2027년 이후 반영 전망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D램, 낸드 플래시, 모바일AP, LED 조명 ⓒ뉴시스

AI(인공지능) 확산이 메모리 시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동안 경기 영향을 크게 받던 D램 시장은 이제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AI 수요’에 휩쓸리며, 내년까지 이어지는 강한 랠리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이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일부 DDR5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30% 이상 급등했고, DDR5를 포함한 D램 가격은 올 들어 수개월 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5 16Gb'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초 3.75 달러에서 지난달 19.5달러로 5배 넘게 뛰었다.


DDR5 가격은 올해 들어 10개월 연속 상승 중으로, 최근 가격 반등이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AI 인프라용 메모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이 202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들이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배정하면서 PC나 스마트폰용 D램·낸드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아울러 메모리 제조사들은 최근 공급 계약에서 40% 내외의 인상 폭을 제시하며 사실상 ‘공급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 긴장은 AI 인프라 확대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PC·스마트폰 등 전통 수요에 의존하던 D램 시장은 초거대 AI 모델을 위한 서버 수요가 급증하며 완전히 새로운 사이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서버용 D램 수요가 올해 대비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반면, 공급 증가율은 2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비서버용 시장에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한정된 제조 캐파가 HBM·서버용 DDR5 등 고부가 제품에 우선 배정되면서 범용 D램까지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제품 전반의 가격이 오르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있다.


메모리 업체들은 증설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평택 P4 내 잔여 구역에 D램 라인을 늘리고 P5 건설에도 착수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가동 준비를 서두르는 한편 기존 라인의 여유 공간도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일본 히로시마 신규 D램 라인에 14조원을 투자해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목표 가동 시점은 2028년이다. 이처럼 신규 라인의 실제 투입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만큼, 공급 긴장은 한동안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증설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는 시점이 2027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메모리 업체의 협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AI 모델의 고도화는 HBM 시장에도 지속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구글 TPU에서도 GPU에 이어 HBM 채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며,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HBM4 이후 세대에서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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