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印尼 등 19개국과 UNIDO 참여 ‘녹색광물 이니셔티브’ 제안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채굴·생산 과정 녹색화 및 무역 촉진 추진
對中의존도 낮추기 위해 희토류 공급망 강화 미국에 대응 포석
핵심 광물 국제협력 강화해 ‘자원무기화’ 비판 피하려는 의도도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신화/뉴시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에 맞서 동맹 결성에 나서자 중국은 희토류 채굴·가공 등 분야에서 개발도상국(개도국)들과 연대 전선의 구축하며 반격에 나섰다. 중국이 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손잡고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협력을 강화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글로벌 핵심 광물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기존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핵심 광물시장에서의 ‘탈(脫)중국’ 움직임도 견제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녹색광물 국제경제·무역협력 이니셔티브‘(녹색광물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미 블룸버그통신 등이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동맹국과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중국의 녹색광물 이니셔티브에는 인도네시아와 남아공,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등 19개국과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모두 20개 국가·기구가 참여한다. 다만 예산 등 구체적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리 총리는 “핵심 광물의 지속 가능한 공급은 글로벌 자원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군사적 용도 등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면서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심 광물의 호혜 협력과 평화적 이용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국은 관련 국가들과 함께 ‘녹색광물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각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녹색광물 이니셔티브는 중국이 이들 국가와 함께 글로벌 정책·무역환경 조성, 기술교류·역량 강화, 투자·금융협력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핵심 광물의 채굴·생산·회수 등 모든 과정을 녹색화하고 책임 있는 채굴·무역 촉진을 추진한다. 여러 나라가 다자 또는 집단 행동 방식으로 협력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광물생산, 공급망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중국 상무부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달 20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회의실에서 서명한 핵심 광물 협정을 보여주고 있다. ⓒ AFP/연합뉴스
구체적으로 광물 자원 개발·생산·사용·재활용 등 모든 과정의 녹색화를 내세웠다. 아울러 ▲개방적이고 안전한 정책 환경 조성 ▲녹색 무역 자유화·편리화 촉진 ▲사회적 책임 이행 ▲포괄적·포용적인 글로벌 녹색광물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 구축 ▲기술교류·역량 강화 심화 ▲투자협력 강화 ▲다자 메커니즘 협력 심화 등을 7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다만 중국 측의 투자 규모와 실행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지난해 11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녹색광물 분야 등에서 국제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길 원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1년 만에 관련 국가들과 녹색광물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며 자원 네트워크를 더욱 단단히 구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녹색광물 이니셔티브가 핵심 광물의 책임 있는 무역을 강조한 점을 두고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과 희토류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세계 정제 희토류 생산량에서 중국의 비율은 91%에 달한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희토류를 ‘중국의 석유’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했고, 지금은 희토류 및 주요 광물의 세계 공급망을 완전히 장악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를 비롯해 2차 전지, 반도체, 풍력발전 터빈, 미사일 시스템 등에 두루 쓰여 ‘첨단 핵심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군수 장비 등에 필수적인 영구 자석(permanent magnet) 제조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이 같은 파트너십에 따라 건설되는 시설에서는 경(輕)희토류와 중(重)희토류를 모두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희토류는 미국과 사우디 제조업·방위산업에 공급되고 동맹국에도 판매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고급 자석·촉매·조명 등 특수 산업에 쓰이는 중희토류는 경희토류보다 매장량이 적고 매장 지역이 편중돼 경제적 가치가 더 높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두 종류 공급망을 모두 틀어쥐고 있다. 중희토류는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이 어렵다. MP머티리얼스는 미국 내 광산에서 주로 경희토류를 생산한다.
중국 중부 장시성 간저우의 간현의 희토류 광산에서 근로자들이 채굴 작업을 하는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녹색광물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은 미국과 동맹국 간의 연결고리가 약해진 틈을 공략해 공급망 압박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관세전쟁’ 중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발목이 잡혔던 미국은 지난달 호주와 ‘핵심 광물·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미·호주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주의 희토류 매장량은 5700만t에 달한다. 중국과 미얀마, 인도에 이은 세계 4위다. 일본도 동참하기로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토론에서 “중국이 세계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희토류 등 주요 광물 공급망의 과도한 쏠림을 피하면서 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희토류 분리·정제 등을 추진하는 복합 단지 설립을 논의하는 등 한국과도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미국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사가 미국 내 희토류 분리·정제·자석 생산을 일괄 처리하는 ‘수직 통합형 복합 단지’를 세우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이는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빠르게 확보하고 채굴부터 가공·생산에 이르기까지 서방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자료: 외신종합
더욱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희토류를 가공·공급하기로 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업체 MP머티리얼스는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사우디 광산업체 마덴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사우디 및 다른 지역에서 조달된 희토류를 정제·가공하는 시설을 사우디에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신규 합작투자 회사를 세우고 MP머티리얼스와 미 전쟁부가 49%, 마덴이 51%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미국 측에서는 MP머티리얼스 대신 전쟁부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중국은 녹색광물 이니셔티브를 통해 핵심 광물의 국제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부각해 서방의 ‘자원 무기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중국이 희토류 정책을 방어하는 동시에 희토류 매력 공세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그동안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과 생산량에서 가진 압도적 지위를 이용해 갈등을 빚는 국가를 압박해 왔지만, 녹색광물 이니셔티브를 통해 ‘매력 공세’에 나선 셈이다. 이 같은 이미지 전환을 통해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첨단 핵심 산업에서 중국이 지닌 공급망 영향력도 유지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번 G20 정상 회의에서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이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유럽 국가들은 공급망 불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개도국들은 단순 원자재 수출에서 벗어나 광물 가공과 산업화 참여를 요구했다. G20 공동선언문에도 “핵심 광물이 지속 가능한 번영과 개발의 원동력이 되도록 자발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한다”는 문구가 담겼는데, 이는 자원 보유국들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자료: 외신종합
이에 따라 중국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식량 분야 등에서도 G20 참여국에 협력을 제안했다. 리 총리는 “세계 경제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일방주의·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각종 무역 제한과 대립·대항이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G20는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단결과 협력의 궤도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며 "기후변화와 녹색 에너지, 식량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개발도상국 중 상당수는 자원부국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경희토류보다 훨씬 희소한 중희토류 채굴의 80%가 미얀마에서 나온다. 광학유리와 배터리 합금 등에 사용되는 경희토류와 달리 중희토류는 군수 및 항공우주, 고성능 전자 관련 소재로 사용된다. 이들 국가에 채굴 기술 등을 제공하는 당근책을 제시하며 희토류 공급망 우위를 강화하는 게 중국의 전략으로 보인다. 캐빈 갤러거 미 보스턴대 글로벌 개발정책 교수는 블룸버그에 "(자원 보유국들은) 이제 중국이나 미국이 와서 채굴만 하고 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정제와 가공 투자도 원한다"고 지적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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