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가 바꾸는 금융생활…‘네·카·토·뱅’ 혁신의 중심은 데이터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1.27 07:48  수정 2025.11.27 07:48

챗봇·AI 금융비서 전면 배치…맞춤형 추천 경쟁 ‘가열’

상권분석·CRM까지 확장…데이터 활용 범위 놓고 민감성 부각

AI 데이터 보안 리스크 여전…“AI 혁신, 신뢰 설계가 관건”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개최된‘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의 Npay부스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오프라인 통합 단말기 ‘Npay커넥트’를 체험하고 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2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뱅크샐러드 등 주요 간편결제·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AI 챗봇 기반의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였다.


단순 UX 개선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가 질문하면 최적의 금융 솔루션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형태의 AI 금융비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각사 부스에는 “이번 달 지출 패턴 분석해줘”, “여행 가는데 보험 뭐 가입하면 돼?”, “카드 혜택 제일 높은 거 뭐야?” 같은 질문을 넣자, 챗봇이 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종합해 실시간으로 답변을 주는 AI 서비스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네이버페이는 올해 행사에서 오프라인 통합 단말기 ‘Npay 커넥트’를 내세웠다. 결제·포인트·쿠폰·멤버십을 한 번에 처리하는 단말기에 ‘고객별 결제 혜택 최적화’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커넥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문객 대상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고객관리(CRM)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라며 “Npay biz에서 매장 방문객 트렌드, 주변 상권 동향, 동일 업종 매장과의 경쟁력 비교, 매장 성장세를 파악하는 ‘성장지수’ 등을 리포트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개최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의 카카오페이 부스에서 ‘AI로 내 건강 관리하기’ 시연을 진행한 모습이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카카오페이는 AI 금융비서 ‘페이AI’를 전면에 배치했다.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보험 분석을 제공하는 ‘AI로 내 건강 관리하기’ 서비스와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혜택과 카드를 제안하는 ‘AI로 나만의 혜택 찾기’ 서비스를 소개했다.


토스는 ‘AI 포용금융’을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 토스가 오프라인 단말기 사업에 나서면서 강조하고 있는 얼굴인식결제 ‘페이스페이’를 비롯해 금융·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생활 습관을 점수로 환산해 보여주는 ‘건강생활점수’를 내세웠다.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개최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의 토스 부스의 안내에 따라 토스 앱의 ‘건강생활점수’를 직접 받아봤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토스도 네이버페이와 마찬가지로 주변 상권 매출 흐름과 고객 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상권 분석 서비스 ‘토스 애널리틱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도 소개됐다. 실제 자금 흐름과 사업 데이터를 반영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토스 SOHO 스코어’, ‘개인사업자 대환대출 중개서비스’ 등이 소개됐다.


뱅크샐러드는 올해 행사에서 마이데이터와 AI를 결합한 ‘AI 에이전트’ 비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마이데이터 AI 에이전트 ‘토핑+’는 이용자가 금융 문제를 질문하면 마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토핑 서비스는 개인 소비 패턴을 분석해 어려운 금융 문제를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라며 “내년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개최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의 뱅크샐러드 부스에서 AI 에이전트 토핑+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한 참가자는 “금융상품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비교해서 선택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는데, 요즘엔 AI가 알아서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니 선택지를 걸러줘 고민이 조금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마이데이터 2.0이 있다. 정보 이동성과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핀테크 기업들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량과 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


금융 소비자의 카드·보험·투자·대출 정보는 가장 민감한 데이터지만, 그만큼 추천의 정밀도가 좋아지고 상품 매칭 정확도가 향상되면서 서비스·수익 양쪽 모두에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이날 핀테크사들로 부터 “AI 시대엔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고도화해 가공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공통적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만큼 ‘개인정보 경계선’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고민도 적지 않았다.


특히 상권 분석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 핀테크 관계자는 “소상공인에게 도움되는 서비스라고 해도, 방문 손님들의 세입·연령·소비 패턴 같은 세부 데이터를 어디까지 보여줄지는 민감한 문제”라며 “특정 가게의 매출액이나 손님 구성비가 사실상 외부에 노출되는 수준이 될 경우 법적·윤리적 쟁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분석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의 ‘가공’과 ‘익명성’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AI·데이터·개인정보는 본질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금융권은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고, 소비자는 더 편한 서비스를 원하지만, 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금융 데이터가 ‘보안’ 문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는 소수 대형사에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가장 강하게 느껴진 지점도 이 대목이다. ‘네·카·토·뱅’처럼 데이터 인프라가 탄탄한 기업들은 AI 기반 금융비서를 이미 고도화하고 있지만, 중소 핀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접근부터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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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의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데이터 접근 권한과 보안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 생태계를 넓힐 방법은 무엇인지가 앞으로 중요한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금융생활을 바꾸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신뢰 기반의 전개다. 편리함을 앞세운 기술 경쟁 뒤에서, ‘어떤 데이터로 어떤 금융을 만들 것인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번 행사장을 통해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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