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 선원 부족 갈수록 심화
외항선원 ‘처우 개선’ 때 내항은 ‘역차별’
소득세 비과세 혜택 25배 차이나
“내항선, 비상시 핵심 역할…차별 없어야”
선원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일할 사람이 있어야 배를 띄우지. 선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서 더 걱정이다. 솔직히 뱃일이란 게 근무 환경이 좋을 수 없는데, 외항선원들과 비교까지 되니 더 하기 싫을 거다. 젊은 애들이 이런 일을 안 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해운선사 관계자
해양수산부는 국적 선원에 대해 “우리 경제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라고 소개한다. 해운이 국가 전체 물류의 99%를 책임지는 만큼 해운 선원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지대하다.
문제는 이러한 선원 인력 숫자가 해마다 줄어든다는 점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2000년 5만8818명에서 2010년 3만8758명, 2022년 3만1867명으로 감소했다.
새로운 선원 유입이 줄다 보니 현재 실제 배를 타는 선원 나이는 점점 높아진다. 일부 통계에서는 60세 이상 고령 선원이 전체 선원의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해수부는 지난 2023년 7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적 선원 규모 확대를 위한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해수부는 “최근 우리 경제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인력인 국적선원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60세 이상 선원 비중이 약 44%에 달하는 등 인력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혁신 방안 마련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외항선원 휴가 주기를 국제 평균 수준(3~4개월 승선, 2~3개월 휴가)으로 높이기 위한 노사정 협의를 추진하고, 선박 내에서도 육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모바일·인터넷 이용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당시 300만원 한도의 외항선원 비과세 범위도 500만원으로 확대했다.
해수부는 “이번 방안은 선원들이 더 오래,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고, 업계 수요에 따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선원을 더 유연하게, 많이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현재 78% 수준인 신규 인력 5년 내 이직률을 50% 이하로 낮추고, 외항상선 가용 인력을 9000명에서 1만2000명까지 늘려나가기로 했다.
이런 노력으로 외항선원 소득세 비과세 한도는 500만원까지 늘었다. 당장 인력이 크게 늘진 않았지만, 선원 처우 개선 문제에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결과라 평가할 수 있다.
한국해운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 지난 5월 내항선원 비과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
외항선원 비과세 확대, 내항선원 역차별
문제는 내항선원에 대한 역차별이다. 정부가 외항선원 인력 증대와 처우 개선에 집중하는 사이 내항선원 현실은 더욱 열악해졌다.
대표적인 게 소득세 비과세 혜택이다. 올해 기준 외항선원은 월 500만원까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선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처우 개선, 국가 해운 산업 유지·육성을 위해 조세특례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반면 비슷한 조건, 때로는 더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일하는 내항선원은 월 20만원의 ‘승선수당’에만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외항선을 타느냐, 내항선을 타느냐에 따라 세금 혜택 차이가 25배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가 현재 외항선원에만 소득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해외 건설 노동자와 같이 ‘국외 소득자’란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단 지금 외항선원에 대해 (월 500만원까지) 과세하지 않는 부분은 해외 건설 근로자와 같이 국외 소득에 대한 비과세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항선원은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과세권도 애매하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비과세가) 룰(rule)처럼 돼 있다”며 “이 때문에 (국외 소득인) 외항선원 소득과 내항선원 소득을 비교해서 형평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국내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비과세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가 ‘국외 소득’을 이유로 사실상 동일 업종임에도 한쪽에만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자 한국해운조합은 지난달 대통령실에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를 위한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호소문을 통해 “내항해운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전국 480여 유인도 섬 주민 이동권을 지키고, 국가 비상시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라며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는 지원이 아니라 국가 지속을 위한 필수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바다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일반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이라는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이러한 법률·업무적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세제 형평 논리로 비교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선원 비과세 범위가 확대된다고 해서 다른 업종 근로자의 비과세 범위까지 확대된다는 식의 논리는 선원법과 근로기준법을 같이 적용한다는 논리와 같으므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내항 해운은 더 이상 부차적인 산업이 아니라 전국 480여 유인 도서를 연결하며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국가 해상 교통체계의 마지막 연결 고리이자 생명선”이라며 “내항 선박들은 ‘비상 대비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비상사태 시 전략물자 수송의 핵심 자원으로 동원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는 국가 해상물류와 안보를 지탱하는 최후의 인프라라는 뜻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공공성과 국가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세제 형평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은 정책의 역진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상시 ‘필수인력’이라면서 세금은 차별…누가 배 타겠나” [소외된 선원들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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