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생명 구해준 美 지원·트럼프께 감사”…거듭 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 도착해 집무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전쟁을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끝내려고 하는 자신의 평화 구상안 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격렬하고 끔찍하며, 미국과 우크라이나에 강력하고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리더십은 우리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으며 유럽은 계속해서 러시아에서 원유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지원과 종전 중재 노력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특히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한 이래 공개석상에서 더 자주 감사를 표현해왔다.
그는 이날도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재블린 미사일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구해준 미국의 지원과 모든 미국인,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께 개인적으로 감사드린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어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유럽, G7, G20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미국에 감사드린다. 유럽에 감사드린다”고 거듭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감사 표시에도 우크라이나의 리더십을 문제로 지적한 배경에는 자기가 제시한 종전 협상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한까지 구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젤렌스키)는 그것을 좋아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계속 싸워야 할 것”고 답했다.
미 행정부는 앞서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 구상을 마련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이 추수감사절 연휴인 27일까지 이를 수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얼마 전 집무실에서 내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카드가 없다’고 말한 걸 기억할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선 (종전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평화 구상은 동부 돈바스 전역, 크림반도 등 점령지 대부분을 러시아에 넘기고 우크라이나의 숙원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도 금지하고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담긴 이번 종전안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유도, 존엄도, 정의도 없는 삶”이라며 “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고, 대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종전안에 대해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강제로 국경을 변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등이 이끄는 미 대표단이 우크라이나·유럽 주요국과 평화 구상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은 미국이 제안한 평화 구상안을 놓고 세부 논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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