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딱이야" 그 제품…건기식 마크는 확인하셨나요? [약간궁금]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1.21 06:00  수정 2025.11.21 06:00

효능 과장한 일반식품 늘어나

허위·부당 광고 5000건 적발

건기식 인정 마크 확인은 필수



약(藥)과 소비자 사이(間) 장벽을 허무는 코너입니다. 병원에서 처방 받는 전문 의약품부터 편의점에서도 구매 가능한 일반 의약품, ‘약’이 아니지만 제약 회사들이 만드는 건강기능식품까지, 약간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진지하게 물어보고 답을 구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피곤할 땐 아르기닌이 그리 좋아.”


만성 피로를 호소할 때면 지인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제품 추천을 들을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순위에도 각종 비타민, 영양 구미와 같은 제품들이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죠.


그런데 책상 위에 놓은 영양제 통, 혹시 자세히 들여다본 적 있으신가요? 건강을 위해 비싸게 구입한 그 제품이 사실은 마트 사탕과 다를 바 없는 ‘당류가공품’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커지면서, 그 틈을 타 마치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무늬만 건기식’이 판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처럼 생겼는데”…보고도 속는 ‘함정’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일반식품 광고 오남용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공개된 소비자 인식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소비자 1000명에게 시중 판매 중인 10개(건기식 1개, 일반식품 9개) 제품을 보여주고 구분하게 했더니 대다수가 일반식품을 건기식으로 착각했습니다.


특히 일반식품인 ‘소연골 콘드로이친’을 본 소비자의 56.3%가, ‘크릴오일’ 제품을 본 소비자의 56.2%가 이를 건기식이라고 답했습니다. 제품 표지에 버젓이 ‘캔디류’나 ‘기타가공품’이라고 적혀 있어도, 절반이 넘는 소비자들은 이를 건강을 위한 기능성 식품으로 오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바로 ‘생김새’입니다. 조사 대상이 된 기능성 표방 일반식품의 51.9%는 알약 형태인 정제였고, 캡슐 형태도 10.1%에 달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보는 약이나 건기식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니, 소비자가 헷갈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건기식 vs 식품, 족보부터 다르다

법적으로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엄연히 태생부터 다릅니다.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식품은 ‘모든 음식물(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을 뜻합니다. 즉 영양소를 섭취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일 뿐, 질병을 고치는 기능은 없습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법 제3조 제1호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입니다. 식약처로부터 그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인정받아야만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과 마크를 달 수 있습니다.


결국 일반식품이 탈모 예방, 피로 회복, 다이어트 효과 등을 내세우며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명백한 허위·부당 광고죠.


문제는 그럼에도 일반식품 판매자들은 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듭니다. 이들은 ‘글루타치온’, ‘블랙마카’ 같은 인기 성분 이름을 제품명에 크게 넣고 ‘1일 1회, 1정 섭취’처럼 건기식의 섭취 방법을 그대로 흉내 냅니다.


기능성을 직접 말할 수 없으니 특허 논문이나 기사를 인용해 마치 효능이 있는 것처럼 암시하는 꼼수도 부립니다.


실제로 올해 8월 기준 이런 부당 광고로 적발된 건수만 5503건에 달합니다. 소비자들은 효능을 기대하고 샀지만 실제로는 비싼 설탕 덩어리를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기식 마크 확인, 과대 광고 주의해야
건강기능식품 마크 ⓒ식약처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똑똑’하게 내 몸을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품 앞면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인정 마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 들었다고 광고해도 이 마크가 없다면 일반식품입니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사이트에서 제품명을 검색해 기능성 인정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SNS 공동구매나 유튜브 광고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이 식품을 먹고 살이 빠졌다” 등의 광고가 있다면 이는 허위 광고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효능을 인정받지 않은 일반식품이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쏟아지는 제품의 홍수 속에서 더 이상 일반식품을 건기식으로 착각해 구매하는 피해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 또한 일반식품 포장에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눈에 띄게 표시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애연 소비자교육중앙회 국장은 토론회에서 “소비자의 84.9%가 ‘건강기능식품 아님’ 문구 표시가 제품 구별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직관적인 표시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확실한 무기는 소비자의 ‘매의 눈’입니다. 화려한 문구와 그럴싸한 포장에 현혹되지 않고, 내 몸에 들어가는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의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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