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에도…북미 ESS 성장에 K배터리 반등 신호 켜졌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1.14 06:00  수정 2025.11.14 06:00

고율 관세·FEOC 규제로 중국산 우위 흔들리며 한국 기업, 대체 공급망으로 부상

국내 배터리 3사, 현지 라인 전환·대규모 공급하며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전

SK온 컨테이너형ESS제품. ⓒSK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장기화된 전기차 수요 둔화를 넘어서기 위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으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ESS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산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국내 업체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열리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투자 확대로 전력망용 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투자 세액공제가 유지되면서 2024~2028년 연평균 성장률이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SS 시장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과 달리 구조적·정책적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신차 출시 주기, 소비자 구매력, 보조금 정책, 경기 변동에 민감한 반면 ESS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라는 정책 기반 수요가 중심이다. 설치 주기도 비교적 짧아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가동률 확보도 쉬워 수익성 측면에서도 전기차(EV) 대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재 미국 ESS 시장에서는 중국산 배터리가 80% 이상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최저 수준의 리튬인산철(LFP) 단가와 대량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SBB 1.5. ⓒ삼성SDI

그러나 고율 관세와 해외우려기관(FEOC) 규제 강화로 중국산 가격 메리트가 약화되면 한국 기업이 대체 공급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현재 중국산 ESS 배터리에 약 40.9%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총 58.4% 수준까지 오를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ESS 중심 전략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부터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43억900만 달러 규모 LFP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업계에서는 해당 물량이 테슬라 ESS 투입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용량을 높이고 단위당 비용을 낮춘 신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2027년까지 각형 기반 LFP ESS 제품을 준비하는 등 ESS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삼성SDI도 북미 ESS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임박한 상황이다. 테슬라로 알려진 고객사와 최소 3년간 연 10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다. 동시에 인디애나 합작법인(SPE) 라인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6년까지 북미 현지 ESS 생산능력을 30GWh까지 늘릴 예정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단독공장(SKBA)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재배치하고 고객사와 1GWh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6.2GWh 규모 옵션 계약도 확보했으며 복수 고객사와 10GWh 이상 규모 ESS 사업 협의를 진행 중이다. ESS 전용 모듈 설계 기반으로 수요처별 용량 구성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한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 ESS 관련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ESS 전환 흐름은 배터리 소재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연 6만t 규모 양극재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내년 이후 상업 생산을 목표로 ESS와 EV 겸용 양극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캠에서 내년 양극재 1단계 라인을 가동해 북미 OEM의 ESS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ESS용 동박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내년 OEM향 ESS 동박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며 ESS 매출은 올해 대비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주파 회로박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전지박 라인의 ESS·AI용 전환도 추진 중이다. 내년 회로박 CAPA는 이미 예상 주문량을 초과한 상태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향후 ESS 관련 기업들은 연방 세액공제를 유지하기 위해 금지된 외국 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체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정책 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ESS 시장에서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ESS 사업부문이 전기차 배터리 대비 수익성 면에서 더욱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실제 컨테이너 형태의 ESS는 셀 중심으로 공급되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판가가 2배 가량 높고, 미국 현지 생산 시 AMPC 세액공제 혜택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며 “특히 미국 내 ESS 배터리 공장은 자동차 배터리 공장과 달리 대부분 독자적인 단독 투자 형태로 구축되고 있어 AMPC 세액공제 혜택을 고객사와 지분율에 따라 분할하지 않고 상당 부분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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