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해외투자로 국내 생산기반 약화…확대 배경 살펴봐야”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11.04 12:00  수정 2025.11.04 12:01

KDI,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韓 순해외투자 비중, 2015~2024년 ‘4.1%’

日, 해외투자 증가…국민 경제활력 저하, 해외투자에 의존

한국개발연구원 전경.ⓒ한국개발연구원

해외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경제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투자 재원이 국내보다 해외로 향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할 수 있는 만큼, 순해외투자 확대 이면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KDI 현안분석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를 발표했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투자 비중은 안정적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투자 구성은 국내투자에서 해외투자로 전환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민소득 대비 투자 비중은 30%대 중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투자 항목별로는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투자 비중이 2000~2008년 0.7%에서 2015~2024년 4.1%로 6배 정도 증가했다.


KDI는 “국내투자 수익률이 해외투자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면서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될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며 순해외투자 증가의 요인을 짚었다.


한국은행의 ‘국내투자 및 해외투자 수익률’에 따르면 해외투자보다 국내투자 수익률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2000년대 중반에 수익률이 역전했다.


KDI는 총요소 생산성이 0.1% 하락해 항구적으로 지속될 경우를 상정했다.


KDI는 “이러한 충격이 장기적으로 생산성 둔화와 국내 자본스톡 감소를 통해 GDP를 0.15%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성 0.1% 하락에 대응해 기업은 국내투자를 축소하고, 그 결과 국내 자본스톡이 0.15% 감소하는 한편 순대외자산은 동일한 규모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GDP는 생산성 둔화 영향에 국내 자본스톡 감소 영향 0.05%p가 더해지면서 총 0.15% 감소한다”고 부연했다.


또 KDI는 소득 분배 관점에서는 생산성 둔화에 따른 해외투자로의 전환은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소득은 생산성 둔화와 국내 자본스톡 감소에 따른 임금 하락으로, 국내 자본소득은 국내 자본스톡 감소에 따라 유사한 비율로 감소해 GDP에서 차지하는 노동·자본소득의 비중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해외 자본소득의 확대가 국내 자본소득의 감소를 상쇄함으로써 전체 자본소득은 노동소득과 달리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KDI는 “생산성 둔화가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경제주체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함의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비교해 해외투자 증가의 국민소득 구성을 살펴봤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자본수익성이 하락하고 국내투자와 해외투자의 수익률이 역전되면서 해외투자가 증가했다.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된 결과, 경제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해외로부터의 투자수익에 의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KDI는 “과거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국민소득 중 소득수지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며 “순해외투자가 누적되면서 순대외자산이 증가하고 국내투자 수익률에 비해 해외투자 수익률도 높아지면서 소득수지가 2010년대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향후 국내경제의 활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의 경제 구조개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생산성 둔화가 지속될 경우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경제주체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며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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