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넘어 합작"…동남아로 눈 돌린 한국영화, 새 돌파구 찾아서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1.04 07:13  수정 2025.11.04 07:13

급성장 중인 동남아시아 영화시장이 투자 침체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한국 자본이 10여 년 전부터 진출해 왔으며, 최근에는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해 로열티를 받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지 공동 제작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제작비 급등과 투자 회수 지연, 대작 중심 구조로 인한 중급 규모 영화의 부재가 이어지면서, 중·소 제작사들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현지에 직접 진출해 기획·제작부터 배급까지 수행하는 작품이 늘고 있으며, 투자 참여를 통한 글로벌 배급권 확보도 활발하다.


이 같은 변화는 주요 제작사들의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는 베트남 영화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의 해외 배급을 맡아 베니스·토론토 등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데 이어, 태국 스튜디오 GDH와 스릴러 '딜리트 더 무비'(DELETE The Movie)를 공동 제작·투자하며 현지화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한국의 모홍진 감독과 베트남 배우 홍 다오, 뚜언 쩐, 그리고 정일우가 3년간 협업해 완성했다. 베트남에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합작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한 이 작품은 현지 정서에 맞춘 로컬리티와 한국식 감성의 조화가 흥행의 핵심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에 이어 11월 5일 한국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현지 흥행을 넘어 이제 한국 관객에게서도 그 가능성을 검증받게 된다.


'공조', '창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고 이광수가 주연을 맡은 '나 혼자 프린스'역시 한·베 합작물로 국내서 11월 19일 선보인다. 이 작품은 한국 감독이 구상한 로맨틱 코미디를 현지 정서와 취향에 맞게 각색하기 위해 베트남 제작사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으며, 호찌민에서 만난 한국 스타와 베트남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베트남 제작사 런업베트남과 손잡고 합작 영화 두 편을 공동 제작 중이다. 런업베트남은 현지에서 제작부터 배급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한국 제작사들의 진출에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 루이스픽쳐스는 태국 호러 거장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과 손 잡고 심리 호러 영화 '타니'를 제작 중이다.


이같은 협업은 투자 회수의 불확실성과 내수 포화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이자, 장르적 다양성과 시장 확장의 기회를 동시에 모색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한국의 기획력과 제작 노하우가 동남아시아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와 문화적 감수성과 맞물리며, 서로의 강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상생의 제작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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