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극장가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외화 예술영화가 2025년 상반기 들어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던 한국 영화계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 2년간은 오히려 해외 예술영화가 극장 수익과 관객 유입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괴물’, ‘추락의 해부’, ‘가여운 것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서브스턴스’로 이어진 흥행 릴레이는 한국 관객의 미감이 변화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뻔하지 않은 서사, 과감한 형식이 2030 관객을 극장으로 유입시켰다.
하지만 이 흐름은 올해 상반기 ‘해피엔드’ 이후 뚜렷한 흥행작이 부재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서브스턴스’ ,‘콘클라베’, ‘플로우’ 등으로 형성된 예술영화 열기가 꺼진 자리를 채운 것은 오히려 한국 독립영화였다. ‘세계의 주인’, ‘3학년 2학기’, ‘여름이 지나가면’, ‘사람과 고기’, ‘홍이’, ‘3670’ 등 작품들이 꾸준한 상영과 자발적 입소문으로 관객을 모으며 씨네필층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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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규모는 작지만 정성 어린 연출과 현실 감각이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SNS 기반 확산 구조를 통해 장기 상영에 성공한 작품들도 늘어났다. 이렇게 한국 독립영화가 숨통을 틔운 사이, 하반기 극장가는 다시 거장들의 외화 예술영화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우디 앨런 감독의 50번째 장편 ‘럭키 데이 인 파리’, 쩌우스칭 감독이 21년 만에 단독 연출하는 ‘왼손잡이 소녀’,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이 연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럭키 데이 인 파리’는 감독이 사랑한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일상의 균열과 아이러니를 재즈 사운드와 함께 그린 프렌치 로맨틱 스릴러로 우디 앨런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불어 영화다.
‘왼손잡이 소녀’는 세 모녀의 삶을 통해 전통과 정체성의 억압을 비유하며, 쩌우스칭 감독이 연출하고 션 베이커와의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이민자 정체성과 가족 서사를 교차시키는 강렬한 자전적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행과 나날’은 미야케 쇼 감독이 설국의 여관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상실과 재생의 순간을 포착해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새벽의 모든’ 등 전작을 통해 청춘의 덧없음과 시간의 결을 포착해온 그는, 이번 작품으로 ‘젊은 거장’이라는 평가를 다시금 굳혔다. 주연은 한국 배우 심은경이 맡았다.
세 작품 모두 감독 고유의 미학과 예술적 서정성이 강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 영화계 역시 ‘너와 나의 5분’, ‘맨홀’을 비롯한 탄탄한 독립영화 라인업이 준비돼 있다. 한국 독립영화의 선전과 외화 예술영화의 귀환이 맞물리며, 하반기 극장가가 예술영화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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