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포엠, 흥행의 공식을 바꾸다… 상반기 1위 신흥 배급사의 전략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0.28 17:00  수정 2025.10.28 17:00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주인공은 의외의 이름이었다. 신생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이하 바이포엠)가 굵직한 대형 배급사들을 제치고 배급 매출 1위에 오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히트맨2’, ‘승부’, ‘노이즈’ 등 연이은 흥행작으로 불황의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영화계의 ‘메기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진짜 관심은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니라 이제부터 벌어질 일에 쏠려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 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극장 매출은 4079억 원, 관객 수는 425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도 바이포엠은 워너브러더스·롯데·NEW 등 메이저 배급사를 제치고 국내 배급 매출 1위에 올랐다.


흥행의 비결은 기존 영화 홍보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바이포엠은 작품마다 타깃층을 세분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밀 마케팅으로 관객의 반응을 세밀하게 읽고, 그에 맞춘 소통 전략을 펼쳤다.


‘히트맨2’는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해 명절 시즌에 맞춘 숏폼 중심의 바이럴 캠페인으로, ‘승부’는 실존 인물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인터뷰 콘텐츠를 통해 중장년층까지 몰입을 이끌었다. 공포 영화 ‘노이즈’는 여름철 특수를 겨냥해 생활 공포와 디지털 감성을 결합, MZ세대를 정조준했다.


바이포엠은 전통적인 영화 홍보의 ‘물량전’ 대신 데이터 분석 기반의 정교한 타깃 마케팅으로 관객에게 접근하고 있다.


바이포엠만의 자체 분석 시스템을 통해 캠페인의 실시간 반응과 고객 참여도를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객 세그먼트를 지속적으로 재조정한다. 또한 댓글, 리뷰, 챌린지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적극 확산시켜 관객이 스스로 영화의 홍보자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자발적 참여형 구조는 높은 몰입과 신뢰를 이끌어내며 강력한 확산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바이포엠은 데이터와 감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배급사’, 즉 ‘디지털 감성형 배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반기 바이포엠의 행보는 단순한 흥행 경쟁이 아니라 콘텐츠 스펙트럼 확장을 향한다. 지난 9월 개봉한 홍원기 감독의 ‘귀시’는 문채원의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오는 10월 말에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은 기대작 정려원·이정은 주연의 서스펜서 스릴러 ‘하얀 차를 탄 여자’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말에는 하정우가 연출하고 이하늬·공효진이 출연하는 블랙코미디 ‘윗집 사람들’과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한소희, 전종서가 주연의 '프로젝트 Y'도 준비중이다. 이밖에도 김태용 감독의 신작 ‘넘버원’, 감성 멜로로 남윤수·이주명 주연의 ‘안아줘’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대기중이다.


바이포엠의 행보는 단순한 흥행 전략이 아닌, 장르적 실험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객의 기대 범위를 확장하려는 방향으로 읽힌다. 이는 상업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모색하는 동시에, 기존 틀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업계는 바이포엠의 약진을 단순한 돌풍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기존 전통 4대 배급사 중심의 구조를 흔들며, 데이터·디지털·콘텐츠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식이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바이포엠은 더 이상 신생사가 아니다. 이제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새로운 중심축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상반기, 바이포엠은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제 하반기, 그 이름이 ‘일시적 돌풍’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업’임을 증명할 차례다. 한국 영화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바이포엠의 다음 수(手)에,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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