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0원도 뚫렸다"…한미 관세협상 지연·스와프 난항에 원화 '흔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0.11 06:32  수정 2025.10.11 06:32

전 거래일 比 21.0원 뛴 1421.0원…종가 기준 4월30일 이후 최고

달러 강세 환율 상승 주된 요인 작용…대미 투자 불확실성도 요인

전문가 "유로·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 1420원대로 고점 높여"

"시장 심리 진정 안 되면 1430원 가능…한은, 외환시장 개입 필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추석 연휴를 지나며 1420원대까지 치솟았다. 유로화와 엔화 약세 속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 관세협상 지연과 통화스와프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 대비 21.0원 오른 1421.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30일(1421.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0원 오른 1423.0원으로 출발해 장중 1424.5원까지 올랐다. 이후 1420원 선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연휴 기간 한때 역외 거래에서 142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흐름이 이날 시초가부터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는 달러 강세 영향이 꼽힌다. 이날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363 수준이다. 지난 2일 종가인 97.881보다 크게 높아졌다.


대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통상협의 과정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 지연이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조건을 제안했지만, 미국 측에선 아직 유의미한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긴 뒤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제도다. 외환시장에서 급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한다.


실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의견을 교환했으나 협상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한·미 관세협상 지연과 유로·엔화 약세, 통화스와프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며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 안정 조치에 따라 변동성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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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추석 연휴 기간 프랑스 총리가 1개월 만에 사임하며 프랑스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유로화가 급락했고, 엔화는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베노믹스 정책이 부활할 것이란 시장 평가에 급락했다"며 "유로, 엔 가치가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부족한 원화는 달러화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해 1420원대로 고점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420원 선을 쉽게 내줄 경우 전략적 환 헤지 발동을 알렸던 1470원 목전까지 상단이 열렸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원화 환전을 미뤄왔던 수출, 중공업체 매도, 환헤지 수요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어 추가 상승은 제한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원화 약세는 근본적으로 미국과의 관세협상 불확실성, 반도체·철강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문제, 그리고 통화스와프 지연 등 복합적인 대외 요인이 맞물린 것"이라며 "추석 연휴 동안 주식·외환시장이 동시에 닫혀 있다가 한꺼번에 열리면서, 그간 쌓였던 포지션 조정이 급격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환율 상승 요인은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불확실성에 따른 성격이 강하다. 이번 주말 정부와 한은이 시장 심리를 어떻게 안정시키느냐에 따라 환율은 달라질 것"이라며 "당분간 환율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시장 심리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143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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