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러큐스 캠퍼스 찾은 신동빈 회장
임직원 격려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주문
2026년 준공 앞둔 송도 캠퍼스 1공장
이어지는 적자 기조, 남은 과제는 실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직접 방문하며 신사업 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룹 전체 성장을 이끌 동력으로 바이오를 낙점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 부담을 이겨내고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신 회장은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방문했다.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을 둘러본 신 회장은 “추가 수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현장에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동행해 무게감을 더했다. 신 회장의 ADC 생산시설 방문은 시설 가동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글로벌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큅)로부터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진출에 나섰다. 이후 1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ADC 설비를 갖췄으며, 올해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수주 체결 이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신 회장의 시러큐스 캠퍼스 방문은 그룹 내 바이오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단순 미국 공장을 점검하는 것을 넘어 그룹의 신성장축을 바이오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러한 그룹 차원의 의지는 국내 대규모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총 4조6000억원을 투입해 인천 송도에 1~3공장을 짓고 36만ℓ 규모의 메가 플랜트를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은 오는 2026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열린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식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MO 분야 글로벌 10위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메가 플랜트 건설이라는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당면한 과제도 뚜렷하다. 단기적인 실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러큐스 공장 인수 당시 BMS와 맺었던 3년간의 CMO(위탁생산) 계약은 내년 1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 2년간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단기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올해 상반기 매출 881억원, 순손실 3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1537억원, 순이익 22억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악화됐다. 올해 신규 고객사 확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BMS와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실적이 더 큰 낙폭을 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그룹의 차원에서도 바이오 사업에 자금만 쏟아 부으며 수익을 내 주길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화학·호텔·건설 등 그룹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던 핵심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올해 상반기 그룹 전체의 차입금은 5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그룹 전체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 또한 이러한 차원에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룹은 지난해 12월 7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롯데헬스케어를 3년 만에 청산하는 등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며 바이오로 역량을 결집했다.
롯데의 바이오 사업은 신유열 부사장 경영 승계 구도와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신 부사장이 그룹의 미래성장실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만큼 바이오 사업의 성공 여부는 그룹 내 입지와 리더십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 부사장은 지난달 개최한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상량식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미래를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CDMO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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