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주고 사는 '캐스퍼 일렉트릭' 중고차… 왜?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0.05 06:00  수정 2025.10.05 06:00

중고차가 신차 가격 역전… "없어서 못 사"

소형 전기차 수요 계속… 경제성+일상용 차 '각광'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 전체 생산량 중 수출이 80%

'캐스퍼 전량 생산' GGM 노조 잇단 파업에 물량 차질

5일 현대자동차 캐스퍼 온라인 주문 홈페이지에 '캐스퍼 일렉트릭' 모델의 출고 지연과 관련한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와 비슷하거나, 최근에는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일도 종종 벌어지는 추세다.


기아 EV3와 함께 '일상용 전기차'로 경제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데다, 일본·유럽 등 소형차 수요가 높은 시장에서 인기가 몰리며 수출 물량이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캐스퍼를 전량 위탁 생산 중인 GGM(광주글로벌모터스)의 잇단 파업도 공급 부족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보인다.


5일 현대자동차 캐스퍼 온라인 주문 홈페이지에는 캐스퍼일렉트릭의 신차 출고 기간이 최소 13개월에서 최대 22개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되고 있다.


트림별로 보면, 가장 하위트림인 프리미엄과 중간급 트림 인스퍼레이션은 1년 4개월을 기다려야하고, 고급 트림인 크로스는 1년 1개월이 소요된다. 루프 색상과 바디 색상을 다르게 주문하는 투톤 루프나 매트 컬러를 선택할 경우 2년 가까이 걸린다.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기)이 여전히 지속되는 중에도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고차 시세가 오르면서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역전하는 현상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연초부터 매달 시세가 오르고 있으며, 지난 9월에도 3% 상승한 데 이어 10월도 4.4%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온라인 중고차 직거래 장터에는 신차 구매시 약 2700만원의 모델이 3000만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캐스퍼 일렉트릭 풀옵션 모델을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2550만원에 구매해 2800만원에 (중고로) 판매했다"는 판매 후기가 올 3월 게재됐다.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품귀현상은 일본, 유럽 등 소형차 수요가 높은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며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GGM의 캐스퍼 목표 생산량은 총 4만3700여대로, 이 중에 수출물량으로만 3만4000대 가량이 잡힌 상태다. 전체 생산량의 80% 가까운 물량이 수출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경쟁이 치열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인 만큼 전략적으로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부터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소형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캐스퍼 일렉트릭과 비슷한 시기 출시됐던 기아 EV3의 경우 출시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사이 2만대를 넘게 팔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생산하는 GGM 노사간 갈등도 공급 부족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아와 달리 캐스퍼와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GGM에서 위탁 생산된다.


GGM 노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올 1~2월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이어 올 하반기에도 노사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캐스퍼 전량 생산을 맡고 있는 만큼 공급차질과 수요증가를 앞세워 현대차 측에 고용 확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형 전기차 인기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의 품귀현상은 다양한 원인이 겹친 문제"라며 "생산 인력을 충원해 물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내수보다 수출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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