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산적한데 리더십 ‘흔들’…‘대행의 대행’ 체제 우려 [위기의 LH-③]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0.02 06:00  수정 2025.10.02 06:00

이한준 사장 사의…국토부 후임 찾기 난항에 ‘신중모드’

사장·부사장 동시 임기 만료로 본부장 대행 체제 불가피

9·7 공급대책에 LH 개혁 등 정책 수행 차질 목소리 커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 뉴시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지난 7일 발표된 ‘9.7 주택공급 대책’으로 그동안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올려 온 사업 구조가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혁 주문으로 조직도 개편될 처지에 놓였다. 160조원이 넘는 부채로 재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역할과 조직의 변화라는 큰 파고를 맞은 LH가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을지 주목된다. LH의 위기와 기회, 변화와 개혁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초유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국토교통부가 산하 기관장 선임 절차에 ‘신중모드’로 시간을 끄는 탓에 정책 집행의 차질은 물론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2일 국토부와 LH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한 달 넘게 이한준 LH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1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8월 일찍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는 감감무소식이다. 관련 절차가 늦어지면서 LH는 현재까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신임 사장이 오기 전까지 그 공석을 채울 이상욱 LH 부사장 역시 임기가 11월 12일이면 끝난다. 부사장은 사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새 수장이 오기 전까지 이 부사장의 후임을 찾기도 마땅찮다.


이한준 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사장 대행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국토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취임 6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는 데 대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 하려 한다”며 “권한이 국토부 장관에게 다 있지 않고 기재부와도 협의할 부분이 있다 보니 늦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기관인 LH의 인사를 서두를 생각”이라면서도 “인사 과정에서 아픔도 있고 통계 조작 등 논란이 있었던 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접근하려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당장 오는 13일부터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도 이미 사의를 표명한 이 사장이 출석해 LH를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야 하는 애매한 장면이 연출될 상황이다.


LH 안팎에선 “당장 사표가 수리돼 공모 절차에 돌입해도 늦은 시점인데 들리는 얘기도 없으니 더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김세용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왼쪽) 및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과 부사장, 수장급들의 동시 공백은 LH 역사상 없던 일이다. 이한준 사장과 이상욱 부사장 모두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신임 사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이 사장이 유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임 사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모두 물러나게 되면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일명 ‘대행의 대행’ 체제까지 가게 되면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정부 정책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가에선 LH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을 거란 견해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상황에서 공공 주도 주택공급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하고 인력난에 시달리면서도 대대적인 조직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등 책무가 막중해서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난 여론만 들끓을 수 있어 사실상 ‘독이 든 성배’를 자처해서 마실 인물이 없을 거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재 LH 새 사장으로는 김세용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와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등이 언급된다. 하지만 국감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장 공모 절차가 지금부터 이뤄지더라도 취임은 내년 초께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LH 사장에게 맡긴 임무가 막대하다 보니 국토부도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면서도 “LH 사장 선임이 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국토부 정책들이 실행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능한 한 빨리 신임 사장을 선임해 공공 정책들을 확실히 추진하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줘야 불필요한 시장 혼란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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