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성장에 올라탄 편의점 커피 배달
커피전문점 vs 편의점, 배달 효용성 격차
출혈경쟁·원두값 폭등, 가맹점주 이중고
상권 의미 퇴색, 지속 가능한 상생 해법 모색
배민 라이더들이 음식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최근 편의점업계가 잇따라 배달 앱 입점에 속도를 내면서 프랜차이즈 커피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저렴한 커피와 편의점 인지도를 발판 삼아 경쟁적으로 배달 사업에 뛰어들 경우 순식간에 골목 구석까지 점령해 가맹점 매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업계는 저가 경쟁 속 배달앱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등으로 손에 쥐는 게 적은 상황에서 걱정이 큰 눈치다. 직영점 중심으로 운영해 출점 제한을 받지 않는 스타벅스와 저가 커피가 일제히 배달을 선언하면서, 향후 상권보다 마케팅 지출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 22일부터 ‘get 커피 배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배민스토어를 통해 전국 2000여 개 점포에서 개시하고 올해 말까지 4000개 점포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U가 편의점 배달 상품을 즉석 원두 커피까지 확장하고 있는 이유는 비대면 소비와 즉시 배송 수요의 증가로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촘촘한 점포 네트워크와 빠른 배송 인프라를 접목해 퀵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퀵커머스의 시장 규모는 2020년 3500억원에서 올해 4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나 편의점이 그 중심 채널로 급부상하며 CU의 배달 서비스 매출 신장률 역시 2023년 98.6%, 2024년 142.8%, 2025년(1~8월) 44.8%로 매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앞서 경쟁사 편의점 GS25와 세븐일레븐 역시 일찌감치 배달 앱에 입점해 커피 배달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GS는 업계 최초로 2019년 요기요에 입점한데 이어, 배달 앱을 3사로 본격 확장했고 세븐일레븐도 2021년 1월 요기요에 입점한 이후, 2022년 9월 배달의민족에 입점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용량 생필품 중심의 배달 서비스 수요에서 젊은 소비층 중심으로 소용량 생활먹거리 수요 문화가 형성됐고, 커피배달이 대표적”이라며 “이에 일상 생활권 대중 채널인 편의점의 배달 서비스가 성장가능성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뉴시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가 커피 배달을 본격화 할 경우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생활밀착형 배달 서비스’가 프랜차이즈 매출을 직접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커피는 이미 테이크아웃 시장에서 1500~2000원대 가격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커피업체들이 커피와 디저트 등 한정된 품목 위주로 배달 수요를 모아야 하는 것과 달리, 편의점은 도시락·즉석식품·생필품 등 1인 가구가 일상적으로 찾는 필수품들을 함께 묶음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간단한 식사와 간식, 생활용품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배달 효용성’이 훨씬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향후 배달앱 내 소비 패턴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편의점의 배달 진출로 커피 배달이 보편화 되면서 더 이상 상권 경쟁은 무의미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커피를 판매하는 상권과 입지선정, 수요의 특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매출의 성패를 좌우했으나 이제는 배달 마케팅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이에 향후에는 배달로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이드 메뉴 강화와 더불어 배달료 무료 등 치열한 배달 프로모션 경쟁이 예고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타벅스 굿즈의 경우 매번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이슈가 되는 등 마케팅 경쟁력도 막강한 상황이다.
서울 중구 스타벅스 프레스센터점에 리유저블 컵에 담긴 커피가 놓여있다.ⓒ뉴시스
문제는 수익성이다. 편의점이든 프랜차이즈든 배달앱 수수료를 감안하면 한 잔당 남는 마진이 크지 않다. 여기에 할인 쿠폰·프로모션까지 겹치면 ‘출혈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가맹점주는 매출 확대 효과보다 마진 악화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커피전문점 점포 수 증가에 따른 총매출액은 늘어났지만 개인 사업자가 버는 월평균 수익은 감소하는 중이다. 커피업계는 별도 출점 제한을 받고 있지 않다.
자율 규약 도입 말고는 정부가 강제로 출점을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가 지난 2012년 ‘모범 거래 기준’을 설정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대해 500m 출점 제한을 도입했다가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2년 만에 폐지한 전례도 있다.
이에 대표적으로 메가MGC커피의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는 전년(2709개) 대비 26.3% 늘어난 3420개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가MGC커피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운영 중인 매장 수는 3889개로, 지난해 말 대비 13.7%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를 둘러싼 환경 역시 녹록치 않다. 현재 원두 가격 역시 지속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15일 기준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톤당 9531달러까지 치솟았다. 8월 15일 7532달러를 기록했던 가격이 20% 넘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업계의 배달 진출을 단순히 신규 채널 확장이 아닌 ‘시장 판도 변화’로 본다.이제 배달앱 안에서 저가커피, 편의점커피, 프랜차이즈커피가 한데 모여 소비자 선택을 받게 되면서,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상권 개념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사업은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얼마나 지속하고 함께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커피 창업에 대한 낮은 진입장벽이, 소비자에게 커피와 커피전문점에 대한 기대치까지 하락시킬수 있어 지속적인 상권 분석과 메뉴 개발에 방점을 두고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커피 브랜드 차원의 상생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분별한 출점 보다는 함께 존속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에 앞서 중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해 시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업계가 선행해야 할 일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페를 창업하기에 앞서 1년에 카페가 얼마나 늘고 있고 폐업 현황은 어떻고 등 기본적인 교육 자료를 뒷받침해주는게 필요해 보인다”며 “자유 시장 경제이기 때문에 규제를 논하긴 어렵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나서서 자율규약을 맺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거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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