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가계대출 급감…6·27대책이 수치로 반영
“대출 누른다고 시장 수요 사라지지 않아”…역효과 우려도
이달 들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6월27일 발표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대출 억제만으로는 실수요와 시장 심리를 잡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366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67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7월 4조1386억원, 8월 3조9251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329억원 증가에 불과해, 3조7012억원 늘었던 전월의 0.8% 수준으로 사실상 ‘멈춤’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 규제 효과가 이제 본격화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담대는 신청부터 실행까지 1~2개월가량 시차가 있는 만큼, 6·27대책이 9월부터 수치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은행들은 전세대출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비대면 주담대 신청을 막는 등 은행권 자체 조치도 잇따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9월 초까지만 해도 감소세였지만 중순 들어 소폭 반등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거래 신고가가 이어지면서 매수 심리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행은 줄었지만, 문의와 신청 자체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증가세도 눈에 띄게 꺾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기업 투자 확대를 독려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2조525억원 늘어나 전월(6조2647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1조4960억원 늘어난 반면, 중기·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5565억원에 그쳐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결국 정부의 규제책은 단기적으로 대출 흐름을 틀어쥐는 효과는 보였지만, 구조적 문제를 풀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 피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누른다고 해서 시장 수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자금이 풍부한 계층은 현금으로,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만 규제에 막히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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