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현 전 보령 대표 단독 대표로 선임
올해 상반기 호실적 기반 글로벌 진출 본격화
대표집행임원 체제 운영, 이사회 의사결정 집중
엑시트 전 기업 가치 극대화 목적?…회사 측 "확인 불가"
휴젤이 반년 만에 대표를 전격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글로벌 성장 전략 가속화와 동시에 매각 협상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최대주주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장두현 전 보령 대표를 신임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문형진·박철민 각자 대표 체제는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회사는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문형진, 박철민 대표는 부사장으로 직위가 변경돼 회사에 남아 각각 기존에 맡아온 의학부 총괄과 운영 총괄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휴젤 측은 대표 변경 배경에 대해 “신속하고 중앙집중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장두현 대표는 업계 안팎에서 ‘기업 성장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4년 보령홀딩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입사해 운영총괄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치며 최연소 CEO로 활동했고, 고혈압 신약 ‘카나브’ 상업화와 보령의 매출 1조원 달성을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그의 추진력과 글로벌 사업 경험이 휴젤의 미국 시장 공략 등 해외 확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휴젤이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교체 명분에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톡신과 필러 등 메디컬 에스테틱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는 휴젤은 올 상반기 매출 2001억원, 영업이익 9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44.0% 급증한 실적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실적 평가보다는 이사회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휴젤은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과 달리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등재되지 않는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표이사가 아닌 대표집행임원 체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체제의 경우 선임 및 해임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만, 대표집행임원 체제에서는 이사회가 보다 자유롭게 선임 및 해임 권한을 가진다.
실제로 종근당 김영주 대표,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대웅제약 이창재 대표 등 주요 제약사 대표들은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직접 참여한다. 이와 달리 휴젤은 실경영진이 의결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여서, 이사회 권한이 극대화된 지배구조가 선명히 드러난다.
휴젤의 최대주주는 지분 약 42.11%를 가지고 있는 아프로디테 홀딩스다. 아프로디테 홀딩스는 글로벌 사모펀드 CBC그룹이 주도하고 GS그룹과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이번 인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휴젤 이사회 또한 아프로디테 홀딩스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휴젤 이사회는 사내이사를 두지 않고 차석용 의장을 포함한 기타비상무이사 5명, 사외이사 2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기타비상무이사 중 차석용 휴젤 회장을 제외한 4인은 모두 아프로디테 홀딩스 측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장 대표 선임은 이사회를 장악한 최대주주가 휴젤의 다음 성장을 이끌 적임자를 선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 교체가 향후 경영권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주주인 아프로디테 홀딩스가 엑시트 전 성장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IB 업계에 따르면 CBC그룹은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자들과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휴젤 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더십 교체가 잦다는 것은 그만큼 이사회가 대표에게 요구하는 목표치가 명확하다는 것”이라며 “향후 (경영권 매각 등의 상황에서) 협상의 기반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실적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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