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스 흥행 공식 “가성비·차별화 상품·개방운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9.15 06:44  수정 2025.09.15 06:44

지난 5일 구월점 오픈 흥행, ‘성공 방정식’ 증명

‘가성비·소분 소비’로 생활 필수 코스 안착

글로벌 소싱·PB·신선식품, 3각 경쟁력 주목

지방 거점 출점·개방형 운영으로 판도 재편

지난 5일 트레이더스 구월점 오픈과 함께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모습ⓒ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을 넘어 지방 거점 출점을 검토하며, 생활 필수 코스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확산된 ‘소분 모임’을 타고, 대용량을 나눠 쓰려는 1인가구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기존에는 ‘대용량 상품=코스트코’라는 인식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나름의 경쟁력을 앞세워 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들이 온라인 채널에 밀리며 부진한 가운데 창고형 할인점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듭난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개점한 트레이더스 인천 구월점이 역대 트레이더스 오픈 기준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트레이더스 구월점의 오픈 첫날과 둘째날 매출은 지난 2월 오픈 2일 만에 44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마곡점 보다 15%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월점은 오픈 당일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며 이마트의 ‘성공방정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개장 전부터 약 3000명의 고객이 대기했고, 오전 11시쯤에는 주차장 입차 수가 1400대에 달했다. 오픈 이틀간 이마트가 목표로 잡은 매출액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더스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2023년 대비 5.2% 증가한 3조549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수직 상승해 924억원을 거뒀다. 올해도 1~7월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하며 매출 4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트레이더스 구월점에서 계산줄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모습ⓒ이마트
◇ 자취생·1인 가구 모여라…트레이더스, ‘소분 모임’에 인기 급상승


트레이더스 흥행의 비결은 ‘가성비·차별화 상품·개방 운영’을 꼽을 수 있다. 물가 상승 속에서도 차별화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여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회원제 대신 개방형 운영을 택해 접근성을 높인 점이 인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 중에서도 가성비 전략이 먹혔다.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대용량 상품을 묶음 단위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최근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렸다. 트레이더스는 일반 대형마트 대비 평균 10~20% 저렴하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공동 구매로 비용을 나누는 ‘실속형 소비’가 확산되며 트레이더스 흥행에 탄력을 더했다. 소비자들은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소분·보관하며 장기적으로 활용하는 소비 패턴을 정착시켰고, 가격 경쟁력은 곧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오픈채팅방에서 ‘소분 모임’을 검색하면 대부분 코스트코·트레이더스 지점을 거점으로 운영되는 모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골 대형마트를 더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트레이더스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힘이 됐다.


트레이더스 상품 경쟁력은 단순히 저렴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트레이더스는 글로벌 소싱을 적극 활용해 가공식품·생활용품·의류 등 전체 운영상품의 약 55%를 직수입으로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자체 브랜드(PB) ‘티 스탠다드’를 통해 차별화와 시너지를 동시에 강화 전략을 쓴다.


트레이더스는 약 5000개 SKU만 운영해 일반 대형마트(최대 10만개)에 비해 상품 가짓수를 최적화하고 있다. 상품 회전율을 높인 '얼리인 얼리아웃' 전략을 통해 고객들이 항상 매장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쇼핑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선식품이 최대 강점이다. 판매된 상품만 살펴봐도 명확하다. 올해 1~8월 트레이더스 매출 상위 상품을 보면 ▲국내산 한돈 삼겹살 ▲연어필렛 횟감용 ▲딸기 1kg 박스 ▲동물복지 유정란 60구 ▲양념소불고기 2.7kg 등이 판매 ‘효자 상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와 달리 회원 가입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 전략을 앞세워 코스트코 일극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코스트코의 진열 방식과 제품 구색, 가격, 푸드코트 운영을 차용하되, 불편한 요소는 배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트레이더스는 앞으로도 창고형 마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수도권을 넘어 지방 거점 출점을 검토하며 세를 넓히는 한편, 개방형 운영과 차별화된 상품 전략으로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교외로 주말 나들이를 떠난 김에 인근 창고형 할인점에 들러 쇼핑하고 돌아오는 트렌드가 생겨난 데다, 물가 급등 여파로 한 푼이라도 싸게 물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는 트레이더스가 탄탄한 충성 고객층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창고형 할인점들이 규모를 키우며 단순히 장을 보는 것을 넘어 넓은 매장에 소비자들이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자체 식음료 매장과 함께 CJ올리브영이나 다이소가 입점하면서 나들이 겸 쇼핑하는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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