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성장률 1% 시대에 15% 넘는 이자 주고 서민 살 수 있나"
햇살론15 등 서민금융상품 겨냥한 듯…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긴장
"중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이용이 대부분…위험 프리미엄 붙은 것"
"금리 인위 조정시 대출 문턱 높아져…불법사금융 내몰릴 수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금융 금리를 두고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고 지적하면서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이 긴장하고 있다. 일부 2금융권 대출이 15% 이상 금리로 형성돼 있어 금리 인하 압박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신용자 보증부 대출 이자가 연 15.9%에 달하는 것에 대해 "고신용자에게는 저리로 고액을 장기로 빌려주지만, 저신용자에게는 고리로 소액을 단기로 빌려줘 죽을 지경일 것"이라며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영역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어떻게 서민 금융이란 이름을 붙이느냐"며 "경제 성장률 1% 시대에 성장률의 10배인 15%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이 살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리수준이 높아도 불법사금융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지만 어려운 분들의 금리 부담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며 "서민금융을 위한 특별한 기금을 만들어 재정과 민간금융간 출연을 안정적으로 하며 규모와 금리수준을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햇살론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정부의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상품들은 연 15.9% 금리가 적용되며, 금융사가 대출을 취급하다 연체가 발생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대신 부담하는 구조다.
금융권에서는 상생금융·생산적금융 등 기존 부담에 더해 또 다른 비용 부담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의 서금원 공통출연요율은 지난해 0.035%에서 올해 0.06%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서금원에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부담하고 있다.
2금융권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적한 연 15%대 서민금리가 일부 2금융권 대출 취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은 이미 중저신용자 대출에 연 15%~19.9%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금융 금리를 두고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고 지적하면서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이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 7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3.46~15.37%다.
저축은행 업계는 신용점수 601~700점대 차주의 가계신용대출 금리가 10.84%에서 최고 19.99%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8월 기준 취급한 가계담보·보증부 대출의 약 14%가 15~20% 금리 구간에서 이뤄졌다.
이번 발언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올해 대선에서는 관련 내용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최고금리 인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출 금리를 더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금융권의 주고객층인 중저신용자는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연체 위험이 금리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은행을 타겟팅 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를 낮추라는 신호로도 느껴진다. 현재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최고한도는 16.5%인데 이 역시 15.9%를 초과하는 수치"라며 "다만,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취약차주들이 낮은 금리를 제공받는 게 아니다. 오히려 대출 대상에서 배제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저축은행 업권의 경우 중저신용자, 다중채무자의 이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위험 프리미엄이 붙어 대출금리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러한 금리 체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다보면 대출 문턱이 높아져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우려가 발생한다던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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