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산업혁신 물결, 한국 기업 '속도와 전략'이 생존 좌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9.08 15:27  수정 2025.09.08 15:27

중국은 기술 효용성 우선, 실험 허용

한국은 정책적 수용 능력 강화 필요

노은영 성균관대 교수가 8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중국발 산업혁신과 전기차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한경협

중국이 산업생태계 차원의 최적화를 통해 전기차·자율주행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이 민첩한 조직문화 혁신과 함께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제이캠퍼스와 함께 ‘중국발 산업혁신과 전기차 대전환’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중국은 신산업 분야에서 놀라운 속도로 앞서 나가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질서를 불과 몇 년 만에 흔들고 있다”며 “속도의 차이가 시장 주도권과 산업생태계 우위를 갈라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기업이 불과 1년 반 만에 신차를 내놓는 반면, 한국 완성차 업체는 여전히 3~4년이 소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는 단순한 생산 효율 문제가 아니라 시장 선점과 생태계 구축의 문제”라며 “우리 기업은 기민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현 제이캠퍼스 원장도 “중국 산업생태계가 포드와 GM이 백 년간 지켜온 프레임을 흔들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현상유지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구조개혁과 사업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은영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혁신은 정부가 시장을 설계하고 민간이 구현하는 구조”라며 “중국 정부는 규제와 허가를 하기 전에 기술의 사회적 효용성을 관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며 유예를 통해 실험을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에는 기술의 사회적·정책적 수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정부는 초기 실험을 허용하고 사후적으로 규율하는 정책 설계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창현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기업 단위 최적화를 넘어 산업 전체 차원의 최적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화웨이와 CATL이 자율주행과 배터리 시스템 표준화를 주도하며 새로운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 전기차 생태계와 협업,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중국의 ‘차이나 스피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진수 HMG경영연구원 실장은 “중국에서는 화웨이, CATL, BYD 등이 전동화·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자율주행 분야에서 혁신 속도를 높이며 글로벌 완성차와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며 “과거 중국은 단순히 판매와 이익의 원천이었지만 이제는 기술 학습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중국을 활용하는 스마트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웨이식 개방형 생태계 협력 모델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은 하루 2교대, 주 6일 근무 체제로 R&D를 집중하며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며 “이 가운데 살아남는 기업들은 제2의 GM, 폭스바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불과 1~2년 만에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중국은 오랜 기간 과학기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며 ‘제조2025’의 핵심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고, 이제 ‘중국표준2035’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도 과학기술 및 혁신 관련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택시업계와 플랫폼 갈등을 제도적으로 조정한 것처럼 우리도 갈등 당사자들이 수용 가능한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