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이익 주도에도 '위기론' 확산…"패널 경쟁력은 세트와 맞물려야"
中 보조금·노동 유연성 vs 韓 52시간제·노란봉투법…조건 격차 확대
ⓒ임채현 기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두고 ‘위기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LCD 철수와 중국의 물량 공세, 세트업체 축소 등이 겹치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문제의 본질은 패널 기술이 아니라 세트 경쟁력 약화이고, 거기에 더해 중국 업체보다 경쟁력을 낮게 만드는 노동 규제”라고 새로운 진단이 나오고 있다.
5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는 유비리서치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가 개최됐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중국 패널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IT 기업들의 신규 스마트폰·IT 기기 확대 속에서 차세대 OLED 패널 채택이 본격화하는 흐름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해 전 세계 영업이익의 90%를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뒤늦게 OLED 전환을 마치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표면적으로는 위기라기보다 ‘기술 독주’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디스플레이 위기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세트와 패널의 연결 고리가 점점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소재·부품·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세트업체와의 피드백 루프가 끊기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 JDI가 몰락한 이유가 바로 세트 부문의 붕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니·샤프가 무너진 뒤 JDI는 개발 방향을 잃었고 결국 문을 닫고 있다. 한국도 세트가 약해지면 패널 역시 성장 동력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 세트업체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삼성·LG·대우·현대·오리온 등 다섯 곳이 있었으나, 현재는 삼성과 LG 두 곳만 남은 상태다. 반대로 중국은 하이센스·TCL 등 신규 세트가 계속 늘었고, 내수 시장 규모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인건비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고, 근무 시간은 제약이 적다.
여기에 정책·노동 환경의 격차도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가전 교체 보조금으로 TV·가전 내수 시장을 직접 키우며 디스플레이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주 52시간제, 노란봉투법 등 노동 제약이 강조되는 구조다.
이 대표는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 학교는 ’딱 정해진 시간만 공부하라’고 막는 격”이라며 “일하고 싶은 사람도 제약받는 현장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리스크도 부담이다. 노사 갈등이 반복되면 장시간 유연 대응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생산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국가 지원과 기업 문화 특성상 “밤 10시까지 장비 미팅을 해도 현장 인력이 기다리고 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유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건 차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삼성과 LG는 OLED, RGB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기술을 앞세우지만, 실제 시장은 미니LED를 무기로 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으로 잠식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프리미엄 기술을 지켜내려면 단순히 패널 성능이 아니라, 세트와 산업정책, 노동 유연성까지 맞물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술 우위가 당장은 유지되더라도, 구조적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디스플레이의 ‘재도약’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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