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소심 판결로 상호관세 법적 근거 무효
트럼프 "즉각 항소"…대법원 판결로 결론
상호 관세 대신 품목 관세 더 강화할 수도
韓산업계, 새 국면 맞나…대응 전략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재차 짙어지고 있다. 미 행정부가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힌 가운데, 대법 판시에 따라 상호관세 대신 품목관세 비중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산업계는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다시 평가하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1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전 세계 60여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IEEPA가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여러 조치를 취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과하지만 관세, 과세 권한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올 5월 1심 격인 미 국제통상법원(CIT)이 "관세 결정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며 대통령 권한 남용을 인정한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법무장관이 즉각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된다. 효력은 10월 14일부터 발생한다.
한국 산업계는 긴장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제동에 대응해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일본 등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춰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이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품목 관세 설정 및 변경에 대해 거의 일방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이는 상호관세가 법정에서 무효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에 일종의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몇 달 안에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기존의 자동차 부품 관세 등과 함께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반도체, 의약품, 항공기 등에 대한 새 관세도 몇 달 내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러한 품목별 관세는 IEEPA과 달리,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부과돼 법적 불확실성이 적다.
한미 양국이 관세 관련 공식 문서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만큼, 한국 산업계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주 한미 정상회담은 우호적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율과 자동차·철강 관련 행정명령 서명에는 나서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과 현대차·기아와 포스코 등 관세 부과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 하고 있는 기업들은 또 다른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법적 근거를 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권한 행사를 이어갈 경우, 한국 산업계의 통상환경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법원 판결에 따른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을 텐데, 다른 방식으로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품목 관세를 더욱 높인다면, 우리 기업들과 주요 산업군에 더 큰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정당성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또다른 방법론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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