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R&D 비용, 대웅제약 유일하게 감소
유한양행, 렉라자 로얄티 지급 영향에 비용 증가
원료의약품 가격 증가 등 복합적 원인 고려
제약사 연구개발 관련 이미지. AI 이미지
올해 상반기 국내 전통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 행보가 엇갈렸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GC녹십자 등 4개사가 일제히 투자 규모를 늘리며 공격적인 미래 준비에 나선 반면, 대웅제약은 유일하게 R&D 비용이 줄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R&D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전 제약사는 유한양행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1073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R&D 비용 증가 배경에는 오스코텍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있다.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단순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비용 뿐만 아니라 렉라자 원개발사인 오스코텍에 지급하는 로열티도 포함해 계산된다. 렉라자 매출 증대가 로열티 지급액 증가로 이어지면서 전체 R&D 비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유한양행은 R&D 핵심 자산인 전문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유한양행의 R&D 인력은 총 44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명이 늘었다. 신약 개발 역량을 인적 측면에서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 시장의 흐름에 발맞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비만 치료제 ‘HM17321’ 개발 등에 R&D 역량을 집중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난 1062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말 허가 신청 후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근육량은 늘리며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는 차세대 신약 HM17321 임상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HM17321는 위고비와 같은 기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와 달리 근육량을 보존하거나 늘려주는 새로운 기전으로 기대를 모은다.
종근당과 GC녹십자 역시 R&D 비용을 늘렸다. 올해 상반기 종근당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어난 831억원을 기록했다. GC녹십자도 같은 기간 3.2% 늘어난 827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들은 각자의 강점 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의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나섰다.
4개 제약사의 확대 기조와 달리 대웅제약은 상반기 R&D 비용이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대웅제약의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1066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5.7%로 5대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 완료되고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특정 단계의 연구비가 자연스럽게 감소한 것”이라며 “실제 경상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3.32% 증가한 약 779억원을 기록하는 등 R&D 고정 비용 규모는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웅제약은 난치성, 고난도 질환을 중심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은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이상 반응 부담을 낮추면서도 질병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차세대 신약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낙점하면서 20년 경력의 전문가를 영입했다.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비만 치료제의 경우 주사제 대비 80%의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확보했다.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중 임상 3상에 돌입한 후보물질은 총 5개다. 당뇨병 신약 ‘엔블로’의 경우 현재 인슐린 병용 적응증 추가를 위한 다국가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3상은 신약 허가의 마지막 관문이자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단계로, 향후 이들 파이프라인의 상업화가 가까워질수록 R&D 비용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R&D 비용을 단순한 증감으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원료의약품 가격과 위탁개발생산(CDMO) 비용이 오르면서 신규 파이프라인을 늘리지 않더라도 기존의 R&D 활동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단기적인 비용 증감보다 파이프라인의 단계와 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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