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손에 들린 보고서…발표 안 하나 못 하나 [조직개편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8.28 07:00  수정 2025.08.28 08:11

국정위 이달 초 대통령에 최종 보고

대통령실·여당 내부 이견에 발표 보류

미뤄진 조직개편에 공직사회 동요

‘추석 전’·‘9월 말’ 발표 시점 분분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국정기획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조직개편 내용은 물론 개편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지면서 공직사회 기강과 업무 동력 상실도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국정위는 개편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측면에서 장고를 이어가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국정위는 지난 13일 두 달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조직개편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조직개편안에는 구체적으로 검찰청 해체, 기획재정부 분리(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정위 해체 2주가 지난 현재까지 대통령실은 조직개편에 관해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조직개편 관련 이견이 많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올 뿐이다.


조직개편안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검찰청 해체안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통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과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부활하고 기획을 떼어낸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전환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계획도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가운데 금융감독 기구 재편을 두고 국정위와 대통령실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가 금융위원회 기능 재편을 제안한 상태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금융위는 조직개편 대상이 아니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금융위가 활동하고 있으므로 금융위원장 지명은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해 달라”면서 “(조직 개편 관련) 가능성은 모두 다 열려 있다. 조직개편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후에너지부도 찬반 의견이 충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내 에너지 부문을 떼어 환경(기후)과 합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관세 전쟁에 따른 산업 공동화와 고용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에 신중해지기를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검찰개혁안 발표와 함께 할 수도


국정위와 대통령실, 여권 내부에서도 각각 다른 의견들이 나오면서 조직개편 확정은 지체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최종안 결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는데 이 역시 소식이 없다.


일각에서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 향후 국정 동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부처별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업무 혼선과 연속성 저해,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개편 기관 소속 공무원들의 불안감 확대, 사기 저하 등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조직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놓았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최종안 발표가 늦어질수록 공직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직개편이 예고된 부처 소속 고위 공무원 A 씨는 “(조직개편을) 안 하는 거면 몰라도 할거라면 그나마 힘 있는 정권 초반에 하는 게 맞다. 그래야 개편한 조직을 바탕으로 새 정부 철학에 맞는 정책을 펼칠 것 아니냐”며 “이미 조직개편은 하는 걸로 기정사실이 된 만큼 속도를 내는 게 모두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굵직한 정책 발표가 연이으면서 조직개편안 발표에 물리적 시간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국정위 활동 종료 이후 국민보고대회,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발표가 있었다. 최근에는 대통령 미국과 일본 순방이 연이었다.


이런 상황에 조직개편안 발표가 추석 무렵까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개혁안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검찰 개혁을 추석 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검찰 개혁안 발표에 맞춰 전체 정부 조직개편안을 내놓을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정위 국정기획분과 분과장이었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조직개편 발표가 빠진 이유에 대해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며 “정부조직법은 우리가 어떤 안을 만들었는지 알려지면 공직사회가 동요하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었다. 그래서 철저한 보안 속에서 논의를 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조직개편 비공개에 대해서는 조직사회의 동요를 고려해 “공개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며 “빠르면 9월 하순 정부조직개편안이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