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적과의 동침' 속 지켜야할 것 [기자수첩-산업]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8.13 07:40  수정 2025.08.14 06:03

현대차-GM 협력 구체화… 5개 차종 공동 개발

소형차·전기밴 플랫폼 주고, 중형 픽업 플랫폼 받아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기술 등 협력 확장

글로벌 우위 경쟁력 지키고, 똑똑한 협력 이어가야

지난해 9월 메리 바라GM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고,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적과의 동침'. 수많은 분야에서 등장하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만큼은 찾아볼 수 없던 이 단어가 최근 한국 자동차 뉴스를 연일 장식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쑥 커버린 현대자동차와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전통업체 GM의 얘기다.


현대차와 GM이 처음 알린 협력은 차량 공동 개발이다. 현대차는 소형차 플랫폼을, GM은 픽업트럭 플랫폼을 각자 개발해 같이 쓴다. 강점이 있는 분야는 내주고,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는 아쉬운 부분은 서로 채워주자는 간결한 메시지가 첫번째 협력에서 드러났다.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에 올해 가장 많이 붙은 수식어는 바로 '위기'일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우리 업체들은 관세라는 명목 하에 계획에도 없던 돈을 쓰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열심히 투자해 잘 닦아놓은 전기차는 미국의 보조금 폐지까지 맞닥뜨렸다. 현대차가 미국 전통 업체와 협력한다는 소식이 유난히 더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어려운 상황 속 새로운 기회가 될 수는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이 협력이 '적과의 동침'이라는 점이다. 117년간 전세계 자동차 시장과 미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GM이 절반도 되지 않는 업력을 가진 변방의 자동차 업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 GM 역시도 현대차로부터 얻을 게 확실하다는 의미다.


과거 미국에서 최악의 차라고 무시받던 현대차는 이제 미국에서 GM만큼 자동차를 많이 파는 회사가 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평가받는 치열한 미국 땅에서의 성공은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집요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똑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줄 것은 내주되, 얻을 것은 확실히 얻어오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기왕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면 이것이 단순 수세적 생존 전략에서 끝나선 안 된다. 이번 협력이 현대차에게 단기적 관세 위기 탈출과 장기적 기술 주도권 사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적 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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